연평도 포격전의 상흔과 교훈
연평도 포격전의 상흔과 교훈
  • 최동철
  • 승인 2015.11.24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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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근무했던 연평도 해병부대 선착장에 발을 내딛는 순간, 눈물이 어머니의 앞을 가렸다. 제대를 한 달 앞두고 말년휴가를 나오던 길, 선착장까지 나왔다가 포격소리를 듣고 부대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포탄에 목숨을 잃은 아들이었기에 선착장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포격소리를 뒤로하고 그냥 귀향선에 올랐으면 목숨을 잃지 않았을 텐데…. 북한의 연평도 포격전 때 목숨을 잃은 아들 서정우 하사가 근무했던 부대에 방문하던 당시 어머니의 모습이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갑작스런 포격으로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이 숨졌다. 젊은 저들은 꽃피우지 못하고 몽우리째 시들고, 가족의 가슴은 붉게 멍들었다. 그날의 아픈 기억을 간직한 연평도는 지금 평온한 모습이지만, 안보교육 목적으로 보존하고 있는 당시 폐허가 된 주택들을 보면 그날의 참상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당사자들의 아픔과 슬픔을 뒤로하고 한 발 뒤에 있는 우리는 5년 전 연평도의 포격소리를 기억하고 있는지 자문해본다. 휴전상태의 세계 유일 분단국임에도 전쟁은 중동, 아프가니스탄 등 다른 나라의 얘기로만 생각하고 평화롭게 지낸다. 전쟁은 피와 목숨, 나라의 운명을 걸고 하는 것인데 전쟁 경험도 없는 사람들이 전쟁에 대해 너무 쉽게 말하기도 한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전 당시 전쟁 확전의 두려움과 함께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연평도 포격현장을 방문한 모 자치단체장은 바닥에 떨어진 술병을 집어들고 ‘어, 이거 완전 폭탄주네’라고 말해 주변의 비판을 받았고, 모 국회의원은 바닥에 떨어진 보온병을 집어들고 ‘이게 포탄입니다’고 해 실소를 금치 못한 적이 있다.

국가안보는 우리와 미래세대가 안전하게 살아가는 최소한의 조건이자 장치이기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제질서에서 힘없는 안보는 공허하고 평화는 주어지는 게 아니라 지켜지는 것이므로 유·무형 전력을 단단히 해야 한다.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방위태세인 유형전력과 보훈정신인 무형전력을 굳건히 해야 한다.

 

최동철 전주보훈지청 보상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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