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The Godfather)’ 감상법
‘대부(The Godfather)’ 감상법
  • 홍용웅
  • 승인 2015.11.2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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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영화사에 빛나는 최고작품으로 ‘대부’를 꼽는 사람이 많다. 미국 내 마피아 조직을 그린 마리오 푸조의 소설을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이 영상화한 것이다. 3편에 걸쳐 9시간의 러닝 타임을 지닌 무지막지한 대작으로 보는 이의 시간과 집중력 투자를 요구한다. 하지만, 정말 재밌고 감동적이다.

시실리 출신 꼴레오네 가족의 삼대에 걸친, 선혈이 낭자한, 하드코어 영화지만, 그 속엔 가족을 지키기 위한 숭고한 아버지들의 노력과 가족 간의 소통, 그리고 애절한 사랑 얘기 등 우리네 인생의 핵심 이슈들이 종합선물 세트처럼 오롯이 담겨 있다. 백척간두에 서서 사생결단을 내려야 하는 사나이의 고뇌, 때론 같은 배에서 나온 형제까지도 처단해야 하는 엄혹한 현실 등이 몸서리쳐질 만큼 냉정하게 묘사되어 있다.

마론 브란도(만년)와 로버트 드니로(청장년)가 연기한 1대 비토 꼴레오네, 배우들의 미친 존재감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2대 마이클 역의 알 파치노, 차갑고 광적인 캐릭터연기의 지존이다. 3대 빈센트 역의 앤디 가르시아는 반항과 돌진의 화신이다. 대부의 형제자매들, 참모, 여인들의 조연 연기와 전편을 관통하는 이태리 풍 음악들, 그리고 틈틈이 사용되는 몽타주 기법 또한 압권이다. 1편이 나온 지 43년이 지난 지금, 이 영화의 어떤 메시지가 아직도 우리를 유혹할까?

첫째, 우리 세계의 모순이다. 평화 구현을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모순 말이다. 폭력조직뿐 아니라,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이 그렇다. 최근 파리 참사가 증거 하듯, 지구촌은 제 종족, 종파를 지킨다는 명분 아래 무고한 생명을 참살하는 역겨운 내전과 테러로 미만해 있지 않은가?

둘째, 여성의 가정 내 역할과 입지 문제가 막간에 잘 그려져 있다. 사업 얘기를 집안 여인들로부터 차단하기 위해 방문을 닫는 장면이 나온다. 가족의 안전보장을 위한 인위적 소외일까? 사업과 가정 사이에서 계속 대립, 충돌하는 부부간 감정의 곡예는 기성세대 남편들의 양심을 자극한다.

셋째, 돈과 권력 있는 곳에 형제의 난은 불가피하며, 장남승계는 쉽지 않은 일인가 보다. 2대 마이클은 1대 비토의 셋째 아들이고, 3대 빈센트는 마이클의 조카다. 마이클의 장남은 부친의 뜻을 끝내 거역하고 성악가가 된다. 북한 권력승계나 재벌들의 기업승계 과정과 유사점이 없지 않다.

넷째, 적을 대하는 법이다. 제1대 대부는 이렇게 말한다. “네 친구를 가까이 두어라. 그러나 적은 더 가까이 두어라.” 경쟁자나 생각이 다른 사람을 사갈시하여 불구대천의 원수로 만드는 것은 고수들의 방법이 아니다. 적은 오히려 가까이 두고 관찰할 수 있어야 제압 가능하다는 발상, 신선하고 차원 높다. 우리나라 정치계에서 귀 기울여야 할 충고 같다.

다섯째, 대부들이 대대로 짊어지는 리더십의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시대변화에 함께 창업·성장·지배·정당성(사회지지) 확보로 진화하는 사업전략을 우리 기업인들도 참고할 만하다. 그리고 비록 불한당일지라도 마약은, 황금알을 낳지만, 절대 손대지 않는 금도를 고수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여섯째, 세상에 절대적 행복은 없나 보다. 행복은 상대적일 뿐, 돈과 힘이 그 원천은 아닌가 보다. 영화 전편을 통해 꼴레오네 가족의 생존과 행복은 끊임없이 위협받으며 그 명맥만 겨우 유지된다. 삶에 대한 근본적 회의 속에서 ‘패밀리’를 지키기 위한 대부들의 노력은 눈물겹게 지속한다. 외면적 화려함과 위엄 이면엔 처절한 고독이 숨어 있다. 사랑하는 아들딸을 적탄에 잃고 무력한 여생을 살다가 정원에서 홀로 운명하는 대부들의 말로에서 우리는 허무를 발견한다. 색즉시공! 유별난 인생은 없다. 카르페 디엠! 현재를 잡아라.

청소년 때 본 대부는 헛것이었나 보다. 지천명을 훨씬 넘어 다시 본 영화는 충격이자 슬픔이고 각성이었다. 리더십과 가정, 그리고 인생의 지향점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밤이 길어져 가는 계절에 일람을 권하고 싶다. 악을 선동하자는 건 결코 아니고, 세상 밖으로 튀어나가고파 피가 근질거리는 열혈남아가 전북에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홍용웅<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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