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에 살고 있는 젊은이의 고민
헬조선에 살고 있는 젊은이의 고민
  • 박세훈
  • 승인 2015.11.18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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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 중에 헬조선이 있다. 헬조선은 지옥을 뜻하는 헬과 한국을 의미하는 조선을 합친 말로서, 한국 사회를 경멸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것은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만든 험한류나 안티조선이 아니라, 우리 청년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조국을 망할 나라라고 표현한 것이다.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충격을 금할 수가 없다. 어쩌다 우리나라가 이런 꼴이 되었는가 생각하니 마음 한편에 씁쓸함이 가득하다.

미래가 암울한 헬조선의 젊은이들을 N포 세대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가 대인관계나 내 집 마련을 포함하는 5포로 바뀌더니 어느덧 희망과 꿈까지 포기하는 7포를 넘어 모든 것을 포기하는 N포가 된 것이다. 하긴 희망과 꿈을 포기한 것이 모든 것을 포기한 것과 다름 아니다. 아무리 상황이 암울하고 희망이 절벽이라 하더라도 꿈을 버리지 않는 한 희망은 남아 있는 것이다. 어떻든지, 미래의 주역인 우리의 자식들이 어떤 일이든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려는 패배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헬조선을 외치는 젊은이들이 마치 잘못된 역사교육을 받아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나 자긍심이 없다고 진단하는 정치인들의 시각도 문제가 있다. 여야를 떠나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는 젊은 세대를 이해하고 껴안으려는 노력을 정치인들이 그간 얼마나 경주해왔는지 의문이다. 이해가 비판에 앞서야 한다.

사실 교육문제만 해도 그렇다. 우리는 우리 교육의 특·장점을 찾아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문제점을 들추어 비판하는데 관심이 더 많지 않았던가? 그리고 많은 문제점이 발견되어 그 나라 사람들도 고민하고 있는데, 마치 우리의 교육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그곳에 있고, 그곳은 교육 낙원인 것처럼 선진지 시찰이라는 이름으로 핀란드 스웨덴으로 대변되는 북유럽 순방을 아직도 일삼고 있지 않은가? 일전에 만난 핀란드 학자는 한국 교육이 우수한데 왜 핀란드를 방문하려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나라든지 공통으로 당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처럼 신계급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자신의 노력으로 꿈을 이루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 보인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하기 어렵고, 취업해도 취업의 질도 높지 않고, 정년도 보장되지 않는다. 국가의 교육에 대한 투자는 답보 상태에 있으며, 가계에서 차지하는 교육비 지출은 늘어만 가는데, 기대한 만큼의 교육투자 성과는 보이지 않으니 답답한 마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올해에도 한국인 노벨상 수상 소식은 없었다. 이웃 나라는 몇 개씩 받는데. 우리는 언제나 받을지 조급한 마음이 우리 교육을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지는 않는지 생각한다.

공밀레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진 것도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진국의 기술이나 제품을 뛰어넘기 위한 이공계 학생이나 연구진의 노력은 눈물겹다. 선진국처럼 장기간의 투자나 기반이 충분한 것도 아니다. 아무튼 성과는 내야 한다. 과로에 지쳐 건강을 잃는 이공계 전공자들을 볼 때마다, 에밀레종에서 연상되는 이들 인재의 피와 땀이 녹아들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우리는 그간 이들에 대한 정당한 대우나 정년 보장에 대해서는 얼마나 관심을 가졌던가? 그들도 떠나고 싶어 한다. 그러니 젊고 우수한 인재들에게 이공계를 선택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것이다.

헬조선의 해법이 이민이 될 수는 없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조국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떠난다고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민은 또 다른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 헬조선을 헤븐조선이나 파라다이스조선으로 바꾸는 노력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특히 영향력이 큰 각계각층의 지도자의 진정어린 노력이 요구된다. 진절머리날 만큼 많이 봐온 소모적 싸움은 인제 그만 두자. 우리 자식들이 울고 있다.

박세훈<전북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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