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식 생각과 2030년을 위한 관점
2010년식 생각과 2030년을 위한 관점
  • 이헌승
  • 승인 2015.11.0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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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길에 자전거를 끌고 승강기에 탔다. 안에 있던 꼬마 아가씨가 재빨리 ‘열림’버튼을 눌러줬다. 하도 기특해서 몇 학년이냐고 물었더니, 초등학교 2학년이란다. 배려의 마음이 벌써 체질화된 모습이다. 고마움을 표현하고 칭찬해 주고 나니, 내 마음에 흐뭇함이 그득해졌다. 사실 이처럼 배려하는 행동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행동은 대체로 어른보다 어린이들로부터 더 자주 나타난다. 여기에서 ‘희망적인 변화’를 감지한다. 왜 희망적인가? 이들의 마음과 행동에서 우리 전북의 2030년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공동체의식을 지닌 이들이 30대 청년으로서 ‘개방적으로 협력하며 도전할’ 그 미래가 훨씬 더 밝기 때문이다.

2010년은 과거다. 그때엔 ‘전북혁신도시’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농촌진흥청·국민연금공단·전기안전공사 등 10여개 공공기관의 실체를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전북연구개발특구’를 잘 알 수 없다. 하지만 5년만 지나도 그 성과를 충분히 실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농·생명 및 탄소산업의 융·복합과 새만금개발의 진전으로 우리 지역이 2030년에 얼마나 크게 발전해 있을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2010년식 생각인 폐쇄적 사고와 패배주의적 의식으로 보면, 그런 기대가 그저 꿈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배려하며 개방적으로 협력하고 도전할 미래세대가 일하는 15년 후에도 그런 사고방식이 우리 지역사회에 만연되어 있을까? 아마도 그런 낡아빠진 생각은 박물관에서조차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염려와 불만은 폐쇄적 사고의 토양에서 성장하며 증폭된다. 이 닫힌 지역사회에서 이뤄지는 소모적인 경쟁은 피해의식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여타 지역과의 비교로 형성될 수밖에 없는 패배의식의 저변에는 우리의 상대적 열세를 어쩔 수 없는 정치적 파워게임의 산물로 돌리려는 자기합리화의 욕구가 깔렸다. 이런 합리화 속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가? 문제의 핵심과 본질에 대한 개방적인 논의의 거부이다. 오히려 단기적인 이익과 표피적인 증상에 집중하면서 소모적인 논란을 조장한다. 심각한 문제는 이런 파괴적인 논란을 기성세대가 주도하며 오도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러면 미래의 꿈보다는 과거의 경험과 의식이 더 활개를 치게 된다. 그것이 곧 2010년식 폐쇄적 사고와 패배 및 피해의식인 것이다.

승강기 안에서 낯선 상대방을 배려하는 어린이들에게도 이런 2010년식 생각이 그득할까? 이들은 이미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협력하며 상생하는 공동체의식을 배웠다. 전혀 모르는 타인도 수용하는 개방성조차 지니고 있다. 아마도 다문화가정의 아이와 더불어 사는 지구촌 의식도 함께 지녔을 것이다. 나아가 ‘소모적인 경쟁’이 지배하는 사회보다는 ‘생산적인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사회가 더 선진적이라는 점도 배워나갈 것이다. 더 나아가 인간과 자연환경이 공존하는 고차원 사회를 만들어나가려는 사명감까지 품게 될 것이다. 한 마디로 이들은 기성세대가 살아온 사회보다 훨씬 더 높은 ‘사회적 존재수준’(가치시스템)의 중요성을 느끼면서, 2030년을 향한 미래의 주역으로 더 건강하게 더 잘 성장할 것이다.

이들이 우리 전북의 발전을 주도해나갈 2030년을 위한 제1관점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사회적 개방성’의 확대이다. 마음이 열려 있지 않으면, 문제의 핵심과 본질을 볼 수 없다. 폐쇄적 사고는 과거에 머물며 미래를 가로막는 철책선이다. 해결책을 모색하는 ‘비판적 사고’조차 ‘비난’으로 왜곡하는 후진적 증상도 폐쇄성 때문이다. 개방적인 사회라야 전주종합경기장개발의 핵심인 컨벤션센터의 ‘경제성’을 볼 수 있다. 기금운용본부 문제의 본질도 이전이나 조직개편이 아닌 혁신도시의 ‘국제화’임을 잘 알 수 있다. 기성세대의 폐쇄성·피해의식·패배주의를 개방성의 바다에 완전히 용해시켜버려야 비로소 2030년이 제대로 보인다. 특히 교육·정치·행정·문화계의 리더들이 그 바다에서 2010년식 의식을 확 씻어버려야 한다. 열린 바다로 온갖 물들이 모이듯이, 개방적인 사회여야 돈·사람·물자가 몰려서 부가 창출된다.

이헌승<전라북도 경제분석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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