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한 생태사업 추진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한 생태사업 추진
  • 김현수
  • 승인 2015.10.25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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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을 겪으며 황폐화된 국토와 미약한 산업기반으로 인해 어렵게 살아가던 우리 국민에게 6, 70년대부터 추진되었던 산업화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라는 불명예를 걷어버리는 탈출구가 되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강력한 산업화의 추진은 국가경제의 규모를 비약적으로 증가시켰고 이를 통해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기도 했다. 하지만,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는 거의 모든 국가적 역량이 산업화를 통한 경제발전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만 집중되었고, 조화와 분배라는 개념은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은 자연환경 보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으며,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많은 사람들에게 환경보전은 그저 쓰레기를 줍는 자연보호 활동 정도로 인식될 때도 있었다. 즉, 우리는 고도의 물질적 성장을 경험하면서 어떻게 하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보다는 자연으로부터 무엇을 얻어낼 수 있을지만 생각하며 살아온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선진국에 근접하면서 시민들의 의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자연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개발 활동을 계획하고 추진하는데 있어서 생태라는 개념을 널리 적용하고 있다. 생태도시, 생태관광, 생태하천 등 최근에는 그야말로 생태라는 단어가 포함된 정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우리 도에서도 여러 자치단체가 생태도시 건설이나 생태하천 복원, 생태관광 프로그램 개발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제는 어느 지역에 가도 정비되지 않은 하천을 거의 발견하기 힘들고 생태적으로 보전가치가 있는 습지나 삼림 등에는 관광객들이 자연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그 아름다움을 음미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시설물을 조성되고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환경보전과 개발활동을 동시에 추구하는 정책의 수립과 시행은 매우 바람직한 것임이 틀림없지만, 생태라는 개념에 바탕을 둔 지역개발을 추진 할 때는 진정한 의미의 환경보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거의 대부분의 생태 관련 정책이 철저한 준비와 연구를 바탕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라 믿지만, 항상 급하게 서둘러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을 원하는 우리의 특성상 걱정이 생기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면,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과 같은 사업은 사업의 결과로 복원된 청계천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많은 시민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시멘트 바닥을 수돗물이 흐르는 상황을 진정한 생태하천 복원이라 부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여러 생태사업이 청계천과 같은 인위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진정한 생태환경으로서의 하천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자연적으로 하천에 유입되는 물이 깨끗한 상태로 하천의 수로를 흐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하천 바닥을 정비하고 주위 제방에 풀을 심는 것으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 깨끗하지 못한 물을 하천에 유입되도록 놔두고 자연적 정화활동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생태 하천의 조성을 위해서는 하천의 정비보다 먼저 수행해야 할 것이 오염된 물이 하천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생태관광 추진을 위해서 시설물을 설치할 때도 설치된 시설물이 장기적으로 자연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파악하여 시설물의 위치와 규모를 지혜롭게 결정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생태관광코스가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생태사업을 추진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연환경은 큰 고리를 형성하며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대상이 되는 환경요소가 규모가 매우 작다고 할지라도 그 요소 내부의 상황은 광범위한 주변지역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지며 이는 다시 외부지역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요소에 대한 정비가 선행이 되어야만 진정한 의미의 생태환경 복원이 가능하고, 이를 위해 인위적으로 설치된 모든 시설들이 외부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파악해야만 미래에 복원이 필요한 대상을 만들어내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생태도시나 생태관광과 같은 사업들은 이제 개념이 정립되어 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지금 제대로 사업을 준비하고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디, 올바른 사업기획과 추진을 통해 건강한 자연과 발전된 문명이 공존하는 미래가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김현수 / 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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