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 한기택
  • 승인 2015.10.21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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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대화는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다./내 동무 어디 두고 나 홀로 앉아서/이 일 저 일만 생각하니 눈물만 흐른다.

이 노래는 현 제명 작곡·작사로 작곡자가 1923년 미국 유학시절에 고국을 그리워하면서 만들었으며, 당시 일제의 지배하에 있던 민족의 슬픔과 조국에 대한 사랑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노래는 외로움과 그리움을 함께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외로움과 그리움은 노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로 인한 사망자가 13,836명으로, 하루 평균 37.9명으로 나타났으며 2030세대 사망원인의 1순위가 자살로 나타났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11년째 유지하고 있으며, OECD 평균 자살률의 2배가 넘는 숫자이며, 5년간에 자살한 숫자가 이라크 전쟁사망자의 2배라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만약에 38인승(하루 평균 자살 숫자 37.9명) 대형 버스가 한강에 추락하여 모두 사망하는 사고가 매일 발생한다면 해당 장관을 해임하라고 아우성일 것이며 전국 아니, 전 세계의 토픽뉴스감일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살이라는 말에 너무 무관심하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포대교와 한남대교가 자살의 명소로 알려지고 있으며 생명보험재단이 ‘SOS 생명의 전화기’를 전국 총 16개 교량에 61대의 전화기를 운영하여 4년간 3천679명을 상담했는데 그 내용을 분석해 본 결과 자살을 시도하는 이들이 가장 큰 고민거리로 털어놓은 주제는 대인관계(28.7%), 입시와 진로문제(25.1%), 고독·무력감(17.5%), 가족과의 갈등(14.8%), 경제적인 문제(8.1%)로 분석됐다.

위의 분석결과에서 나온 대인관계, 진로문제, 고독·무력감, 가족과의 갈등은 대부분 대화의 부족에서 오는 것으로 해석된다.

생명의 전화로 상담을 요청한 3천679명 가운데 3천129명(85.1%)은 상담원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나쁜(위험한) 생각을 접은 것으로 집계됐으며 생명의 전화가 자살이라는 극단의 상황에 있는 사람을 구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사랑 대화의 힘은 참으로 크고 소중하고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청소년보호위원회의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청소년 중에서 아버지와의 대화가 하루 1분도 안 되는 경우가 고등학생 22%, 중학생 17.4%로 나타났다. 한 지붕 아래에 살면서도 부모와 자녀들 간 대화가 단절된 가족이 많음을 시사해주는 통계이다.

또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가족변화에 따른 가족갈등양상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전국 만 19~69세 이하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조사 결과, 최근 1년간 전체 응답자의 32.5%가 가족갈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족갈등을 겪은 적이 있는 325명의 갈등 유형을 보면,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 28.3%, 부부갈등 19.4%, 형제·자매 갈등 16.3%, 고부 및 장모와 사위 갈등 9.2% 순으로 나타났다.

가족갈등 때의 대처방식은 ‘차분하게 대화를 나눈다.’고 답변한 사람들이 46.2%였지만 ‘그냥 참는다.’는 답변도 34.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화가 부족하면 오해가 생기고, 오해는 원망을 낳을 수 있고, 원망이 쌓이면 미움이 되고, 미움의 끝은 절망과 헤어짐, 자살이 될 수도 있다.

대화는 살아가는데 매우 소중하다. 가정은 말할 것도 없고 직장, 사회에서도 대화가 부족하면 인간관계, 대인관계, 가족관계가 멀어지기 쉽다.

‘스크린 위의 삶’으로 유명한 셰리 터클 교수는 가정에선 디지털 기기가 없는 ‘대화의 성역(聖域)’, 직장에선 ‘대화의 목요일’을 만들어 실천할 것을 제안했다.

행여, 오늘도 외로움과 그리움에 지쳐서 인생을 포기하려는 사람은 없는지,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사랑의 대화는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음을 거듭 강조해 본다.

한기택<코리아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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