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쇠락과 중국의 부상
미국의 쇠락과 중국의 부상
  • 이정덕
  • 승인 2015.10.1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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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에서 활동하는 마틴 자크는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이라는 책에서 세계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으며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중화사상과 조공관계가 국제질서의 기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경제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면 세계의 문화도 중국적 색채를 띠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주장은 세계역사의 흐름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과연 미국은 언제부터 세계의 주도권을 장악하게 되었으며 그 이후 미국이 세계 각국의 경제, 정치, 문화, 사상, 지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 미국의 국부는 1860년대 영국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1차 세계대전 말까지 영국이 외교, 문화, 사상, 지식에서 미국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 미국이 세계경제의 40%를 넘어서는 그야말로 독보적인 국가가 되었을 때, 미국이 세계의 외교, 문화, 사상, 지식에 아주 강력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였다.

영국이 세계의 주도권을 장악한 시기는 1800년대에서 1900년대 초까지이다. 영국이 산업혁명을 성공시키고 1600년대 말에서 1700년대 말까지 네덜란드와 전쟁을 해서 이겼으며, 1815년 프랑스의 나폴레옹 군대를 워털루에서 패퇴시키면 명실상부한 세계의 주도국가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이후 유럽의 주도권을 행사하였고 점차 세계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었다.

영국이 등장하기 이전의 1700년대의 세계 주도권은 유럽보다도 중국에 있었다. 청나라는 당시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으로 1800년까지도 세계경제의 33%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유럽 전체보다 더 큰 국부를 가지고 있었고, 따라서 아담 스미스도 1776년에 발간한 『국부론』에서 중국을 세계 최고의 부자 나라라고 하였다. 이 당시 겨우 독립을 쟁취한 미국은 2류국가로서 아무도 미국이 그렇게 빨리 세계 최고의 국가로 성장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1800년대부터 산업혁명을 주도하던 서구가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시작했고 나머지 세계를 서구를 따라서 바꾸기 시작하였다. 때로는 식민지를 통해 서구의 제도와 가치를 이식하였으며, 때로는 나머지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서구를 모방하기 시작했다. 영어를 사용하는 영국과 미국이 세계의 주도권을 200년 동안 행사하면서 이제 서구권 이외의 나라에서뿐만 아니라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도 학문적으로나 사상적으로도 영어가 주도권을 장악하였다.

그렇다면, 정말 중국이 부상하여 세계를 지배할 수 있을까? 중국이 부상하면 중국어와 중국문화와 중국사상을 배워야 하는 세상으로 변할까? 이미 실질구매력을 기준으로 중국의 총 국민소득은 미국의 총 국민소득보다 크다. 1인당 소득은 낮지만, 인구가 많기 때문에 국부는 중국이 더 큰 상황에 이르렀다. 명목구매력으로도 중국의 국부가 몇 년이 지나면 미국의 국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을 하고 있다. 물론 경제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곡절이 있지만 지금까지의 경제흐름으로 보아서 결국 중국이 미국을 경제적으로 넘어서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중국의 제도, 언어, 사상, 지식이 세계를 주도하는 시대가 올까? 중국의 전통적인 제도나 전통적인 지식이나 사상이 세계를 주도하지는 않겠지만, 서구를 받아들여 새롭게 발전한 새로운 중국스타일의 제도, 사상, 문화, 지식이 세계에 그 영향력을 확대해나가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바빌론이 그랬고, 페르시아가 그랬고, 한나라가 그랬고, 로마가 그랬고, 당나라가 그랬고, 압바스 왕조가 그랬고, 몽고가 그랬고, 영국이 그랬고, 미국도 그랬다. 세계의 주도국가가 된다는 뜻은 경제나 정치적으로뿐만 아니라 제도, 문화, 사상, 지식에서도 세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부상은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제도, 문화, 사상, 지식이 얼마나 객관적인 것인지 또는 서구우월주의적인 문화와 사상을 반영한 것은 아닌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동시에 앞으로 우리에게도 밀려올 중국의 새로운 제도, 문화, 사상, 지식을 어떻게 평가하고 배척하거나 융합하거나 수용하여야 할지, 그리고 우리가 이러한 부분에서 선도할 수 있는 부분이나 방법이 있는지, 그리고 있다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이를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강대국들만 바라보고 쫓아다니는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정덕<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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