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를 뽑으며
가시를 뽑으며
  • 유희태
  • 승인 2015.10.06 15: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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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아내와 함께 일을 하다가 손에 가시가 박혔다. 어디쯤 박혔는지는 알았는데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아 빼낼 수가 없었다. 다른 일정이 있어 하는 수 없이 저녁에 빼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생각지도 못한 이 작은 가시 하나 때문에 하루 종일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잊고 있었는데 반갑게 악수를 하고,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상적인 행동들을 할 때마다 내 손 어디쯤 박혀 있는 가시가 ‘저 여기 있어요!’ 하는 것처럼 자신의 존재를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저녁 늦게 집에 오자마자 가시부터 빼낼 궁리를 했다. 스탠드를 켜고 그 아래에서 보니 오른손 검지 안쪽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가시가 보였다. 이미 살 속으로 파고들어가 핀셋으로는 뽑기 어려워져 작은 칼을 소독한 후 살살 긁어서 결국 빼내고야 말았는데 속이 다 후련해지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작은 가시 하나도 몸을 이렇게 불편하게 만드는데 장애를 가진 분들이야 오죽할까. 작년 통계를 보면 국내에는 인구대비 5%, 그러니까 총 250만명의 장애를 가진 분들이 있다. 이 중에서 도내에 거주하고 있는 분들은 13만여명쯤 된다. 도내 거주 인구 중 약 7%가 넘는 분들이 각종 장애를 안고 있는 셈이다.

누구나 장애는 가질 수 있다.

완주군 시각장애인협회에서 봉사하는 백준기 회장님도 살면서 앓은 병으로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장애’하면 많은 사람들이 선천적 장애를 생각하지만 놀랍게도 이는 불과 10%도 되지 않는다. 2014년도 국가 통계에 따르면 장애 원인 중 55.1%는 질병, 35.4%는 사고로 인한 장애여서 90.5% 이상이 후천적으로 장애가 생겼다. 장애인들 대다수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아무 문제없이 살다가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사고로 장애인이 된 것이다. 이 말을 뒤집어 생각해 보면 우리 또한 누구나 질병이나 사고로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 세대는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에 익숙하다 보니 기업에 대한 지원은 ‘투자’라고 생각하고, 복지에 대한 지원은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가 몇몇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던 시대는 이미 한참 전에 지났다. 더불어 사는 사회임을 생각한다면 복지, 그중에서도 특히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에 대한 지원정책은 좀 더 과감하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

장애인 지원정책 중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 창출이다. 작년 6월 기준 우리나라의 장애인 고용률은 36.6%이다. 또한 2012년 통계에 따르면 전체 소득 중 공공부조나 사회보험 같은 공적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12.9%로 선진국의 40.7%에 비해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이것은 장애인이 어렵게 일자리를 얻었다 할지라도 생활할 수 있는 임금을 받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사회보장시스템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다.

현행 장애인고용법은 국가기관은 3%, 민간기업은 2.7%의 장애인 의무고용을 권장하고 있는데 잘 지켜지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의무고용을 전체인구 대비 장애인 비율만큼 올리고, 임금도 현실화시키는 것이다. 그 비용은 국가나 장애인 의무고용을 지키지 않는 기업에서 부담하면 된다. 장애인들은 자신의 노동력으로 장애수당보다 훨씬 많은 임금을 통해 생활할 수 있고, 자신감도 가질 수 있다. 또한 집에서 그들을 돌보는데 많은 시간을 써야 했던 가족들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어 고용과 소비, 생활의 질 향상이라는 세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얼핏 생각하면 국가와 기업에 엄청난 부담으로 올 것 같지만, 이 제도가 가지는 장점과 선진국의 사례를 볼 때 그리 과중한 것은 아니다. 발상을 전환하면 길이 보일 것이다.

장애인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장애는 항상 우리 곁에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장애인에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무엇보다 매우 중요하다.

유희태<前기업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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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황토 2015-10-16 16:50:33
세상 삶을 편견없이 볼수 있다는건 엄청난 행운입니다. 가시와는 상관없었던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