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을 보는 두 개의 눈
국감을 보는 두 개의 눈
  • 김성주
  • 승인 2015.09.30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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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감이 한창 진행 중인데 올해도 어김없이 국감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국감 해봐야 그때뿐이지 나아지는 게 하나도 없으니 아무 소용도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평가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학생은 시험을 싫어하고 정치인은 선거가 부담스럽고 공무원은 감사가 두렵다. 그러나 학생은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정치인은 다시 당선되기 위해 부지런히 일하며 공무원은 감사를 의식해 신중하게 처신할 수밖에 없다.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서 우리 사회 가장 강력한 집행 권력인 행정부가 누구의 감시 견제도 받지 않는다면 무소불위의 권력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정감사를 국회의원의 ‘갑질’로 공격하기도 한다.

얼마 전 복지부 장관이 국감장에서 ‘제가 전문성이 부족해서…’ ‘제가 장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라고 제대로 답변을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것을 보고 도저히 참다못해 “이럴 거면 국감 뭐하러 합니까?”라고 한 것이 뉴스에 보도된 것을 보신 분이면 마치 야단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도 답답해서 한 말이 호통국감으로 보이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또 증인 신청이 과도하다는 비난도 항상 나온다. 어지간한 큰 기업들은 국회담당을 따로 두고 있다. 이들의 업무는 재벌총수가 국감 때 불려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롯데그룹 경영권 다툼이 심각하게 대두할 때 총수를 불러내 사태의 원인과 해결책을 따지는 것은 국민들의 관심을 반영한 국회의 당연한 활동이다.

그런데 언론은 끊임없이 기업인의 증인 출석을 반대하고 여당은 증인 채택을 거부한다. 기업인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당연히 국민들의 이해가 걸려있는 사안에 대해 국회에 나와 얘기해야 한다. 얼마 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국민연금공단이 삼성의 손을 들어주면서 국민들의 보험료로 조성된 기금에 1조5천억 손실을 끼치고 이재용 본인은 2조원의 세금을 절약했다고 한다. 합병 주총 전에 삼성 이재용측과 기금본부장이 비밀리에 만났다는 사실이 국감을 통해 밝혀졌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오는 10월5일 전주에서 열리는 국민연금공단 감사 때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출석을 요구할 예정이다.

부당하고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다면 당연히 불러서 물어봐야 하고 밝혀내야 한다.

이것이 무슨 기업활동에 위축을 초래한다는 말인가?

‘메르스 대란’ 진상을 밝혀내기 위한 청와대 수석의 증인채택은 여당의 거부로 무산됐다. 이처럼 당연히 나와야 할 증인은 출석을 피하고 나온 증인도 요리조리 답변을 피해도 강제할 수단이 없으니 야당 입정에서 오히려 국감무용론이 나올 만하다.

국감 때 의원들은 보통 세 번의 질문 기회를 갖는다. 각기 주어진 시간은 7분, 5분, 3분뿐이다. 증인들이 한나절 기다려 겨우 몇 분 답변하는데 그친다고 불만을 터트리지만 국회의원도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하루 종일 앉아서 겨우 3번, 장관 답변 포함해서 불과 15분 질문하는 데 그친다. 5분 만에 문제를 따지고 핵심을 파고들고 대안을 제시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래도 짧은 시간에 교묘하게 시간을 지연시키는 장관을 상대로 ‘송곳’ 같은 질의를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국감무용론에 제일 반가워할 집단은 고위 관료들과 재벌 총수들이다.

국감무용론을 퍼뜨리는 세력들은 정부와 대기업, 두 대형 광고주의 이익에 충실한 언론이다.

국회와 국회의원을 두들겨패서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다. 특권세력과 그 수호자들은 오늘도 그럴싸하게 국감무용론을 퍼트리며 국민들의 진실을 알려는 열망을 좌절시키기 위해 동맹을 맺고 있다.

사실 하루 동안 1년의 정부 활동을 제대로 감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감다운 국감을 위한 확실한 해결책은 행정수반인 대통령이 행정부를 감사하는 감사원장을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감사원을 국회 산하에 두고 상시 국감을 실시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큰 정치혁신이자 개혁과제이다. 제발 내년에는 국감무용론을 퍼트리는 세력이 없고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서 행정부를 제대로 야무지게 견제하고 비판해서 잘못을 고쳐나가는 생산적 국감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김성주<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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