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을 만들지 않는 도시개발의 추진
그늘을 만들지 않는 도시개발의 추진
  • 김현수
  • 승인 2015.09.22 18: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무더위도 어느덧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는 반팔 옷을 입고 집을 나서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울 정도로 선선한 날씨가 되었다. 불과 10년전만 해도 뉴스에서나 막연히 접하던 기후변화가 이제는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 현실이 되어가는 듯 올해도 여러 극단적 기상 현상들이 우리의 몸을 지치게 하고 마음을 괴롭게 했지만, 사계절이 뚜렷한 전통적인 우리의 기후 조건이 아직은 우리에게 축복으로 남아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릴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 같기도 하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로 접어들면서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큰 기쁨과 휴식을 주는 시간은 아마 추석 연휴가 아닐까 싶다. 이제 며칠 후면 국토의 모든 도로가 차량으로 빼곡히 채워지며 고향으로 돌아가는 귀성행렬이 이어질 것이다. 추석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꼽으라고 한다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저 없이 가족과 고향을 생각할 것 같다. 유난히 귀소본능이 큰 우리 국민들의 마음속에 고향이라는 단어는 어릴 적 추억을 오롯이 담고 있는 포근함과 그리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전주가 고향인 필자는 유학생활을 제외한 인생의 거의 대부분을 전주에서 지냈기에 고향이라는 단어가 타지방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처럼 그리움을 불러일으키진 않지만, 친숙함과 편안함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어머니의 품과 같은 장소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저 막연히 모든 것이 내 주변에 항상 있을 것만 같은 고향인데, 올해 추석이 다가오면서는 왠지 어린 시절부터 변화해온 고향의 모습을 다시 기억해보고 주제넘지만, 전주의 도시개발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게 좋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다른 지역의 변화속도에 비해 현저히 느리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필자가 초등학교 재학 시절이던 30여년 전에 비하면 전주의 도심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전주시의 인구가 30만이었던 시절 전주시의 번화가는 팔달로를 중심으로 한 중앙동과 전동으로 국한되어 있었지만, 관통로가 건설되며 고사동과 코아백화점 인근 서노송동으로 이동하였고, 전주역이 새로 건설되면서는 육지구라 불리는 우아동 인근이 개발되었으며 이후 서신동 지역을 중심으로 한 개발에 이어 최근에는 도청이 이전하여 입주한 효자동의 서부 신시가지가 도심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

매번 새로운 지역이 개발될 때 더 높은 건물들과 현대적으로 정비된 거리가 들어서면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지만, 한가지 아쉬운 사실은 도심의 중심이 한 방향으로 이동할 때마다 이전의 도심이 공동화되어가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도시 인구가 거의 완전히 정체되어버린 전주시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사실일지 모른다. 한정된 인구와 이로 인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시장의 규모는 새로운 대규모 시가지 개발이 이루어질 때 필연적으로 다른 지역의 공동화를 초래하는 것이다. 현재 전주시의 경우에도 원도심 지역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문제가 시정의 중요한 이슈가 되어가는 것으로 안다.

원도심 지역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지역의 주민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하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하는 것은 반가운 일임이 틀림없지만,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기 전 오랫동안 주민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을 생각하면 애초에 도시 개발을 추진할 때 제대로 된 장기적인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한 사실에 대한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은 향후 전주시의 개발을 추진하는데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지금처럼 한 지역에 집중적인 도시개발을 추진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한정된 규모의 시장을 가지는 전주시의 입장에서 아무리 지혜를 모아 원도심을 개발하려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도시의 개발은 대상이 되는 지역의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미래에 대한 적절한 예측이 바탕이 되어야만 바람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 인구가 70만이 채 안되고 앞으로도 획기적인 증가가 나타날 것 같지 않은 지역에 100만 인구를 가정하고 도시개발을 수행한다면 일부 지역의 공동화는 피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므로 전주시와 같은 상황에서 바람직한 도시개발의 방향은 현재와 같은 특정지역의 집중적인 개발보다는 도시 전체에 걸친 중밀도 또는 저밀도 개발이 해답일지 모른다. 수백만의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거대도시에서 개발로 인한 그늘의 형성은 피할 수 없는 것일지 모르나, 전주시와 같은 중소규모의 도시에서는 형성되는 그늘의 규모가 전체 도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여러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방식의 개발이 모든 주민을 고르게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한 상태에서 도시개발이 추진되기를 기대해본다.

김현수<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