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혁명기념일 추진에 대한 의견
동학혁명기념일 추진에 대한 의견
  • 이윤영
  • 승인 2015.08.31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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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지금부터 21년 전 동학농민혁명백주년을 기념하여 건립한 이곳 전주한옥마을에 위치한, 동학혁명기념관을 직접 관리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또한 사단법인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직의 임원활동, 기념재단과 전국의 기념사업에 직간접의 관여를 해왔다. 그래서인지 10여 년 전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추진과정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의견을 제시해본다.


기념일추진에 대한 생각

올해 유난히 더웠던 8월의 땡볕 아래 언제부터인가 기념관 주차장입구 콘크리트 바닥과 돌담사이에 떡잎이 올라오더니, 며칠 전부터 봉선화가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그 봉선화를 혹시 누가 꺾거나 밟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으로 자주 들려다 보곤 하였다. 그러다가 오늘 본 글을 쓰기 전에 곧 시들어 갈 것이라는 생각으로, 척박한 곳에서 바늘구멍만 한 사이를 뚫고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 예쁘게 피어올린 봉선화에 시선이 집중된 것이다. 작지만 드넓은 지구에 뿌리를 내리고 한없이 큰 하늘을 살포시 껴안은 모습으로 보였다.

바로 이 한그루의 봉선화를 보면서, 어느 사람의 일생과 어느 큰 사건의 역사를 비유하고 견줄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났다. 바로 씨앗과 새싹, 성장과 꽃피움, 낙화와 열매를 비교할 수 있다. 문제는 어느 과정이 기념비적인 중심이냐이다. 동학농민혁명의 전체과정을 봉선화와 비유하여 보면, 근원의 씨앗은 수운 최제우 선생의 동학창도에 있어 득도와 순도이다. 그리고 성장은 해월 최시형 선생의 포덕과 교조신원운동이다.

반봉건의 1차 기포에서 시작의 새싹은 서막을 연 고부봉기와 본격 출발을 선언한 무장기포이다. 성장은 백산대회와 황토현 승전, 전주성 점령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꽃피움과 열매는 전주화약과 집강소 활동이라 볼 수 있다. 반외세의 2차 기포에서는 삼례재기포가 새싹이요, 논산결집이 성장이요, 이인 효포 등 충청도 승전이 개화의 꽃 피움이다. 우금티전투, 원평과 태인 전투가 낙화 즉 꽃이 짐이요, 열매를 맺고자 한 최후의 전투인 장흥·보은·대둔산 항쟁 등 전국에서 산화한 처절한 항일전투로 요약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중요 사건의 기념일은 모두 국가기념일의 자격이 있다고 본다. 또한 어느 지역과 단체에서 무슨 이유로든지 반대하여 기념일이 무산된다면 거론된 모든 기념일이 결과적으로 자격이 없어진다.


기념일제정은 언제 될 것인가

왜 혁명발발 121주년, 기념일추진 십여 년이 훌쩍 넘도록 제정을 하지 못하는가를 집어보자. 그에 대한 책임은 어느 지역의 단체를 꼬집어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굳이 살펴보자면 첫째로 중앙정부 즉 문광부와 국회 등의 무책임이라 할 수 있다. 둘째로 지방정부 즉 전라북도와 지방의회의 무관심이라 할 수 있다. 셋째는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 관련단체 즉 기념재단과 전국의 기념사업회의 무능력이라 할 수 있다. 모두가 강 건너 불구경이요, 책임 떠넘기기에 현재 역사 앞의 죄인이자 부끄러움을 자처하고 있다고 본다.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과연 언제 기념일이 제정될 것인가는 아무도 모른다. 중앙정부의 첫 번째 책임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동학관련단체의 만장일치 합의를 원하는 무책임한 태도이다. 각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는 지자체와 기념단체에 어느 지역 날짜 하나에 완전히 합의하라는 선제조건은 기념일제정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사실 이러한 상황에서 관련단체들이 놀아나는 것이다. 아니면 지역과 관련 없는 명예회복 특별법선포일을 추진하든지 해야 한다.

중앙정부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될 기념일 제정은, 중앙정부나 동학관련단체에서 확고한 추진방법을 제의하고 다수의결에 결정하지 않는 한 앞으로 100년이 지나도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제정은 결단코 없을 것이라 예견해 본다.

이윤영<전주 동학혁명기념관장> 

약력 ▲사단법인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 ▲특수법인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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