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마주하는 용기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
  • 이신후
  • 승인 2015.08.12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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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년을 맞이하던 설렘도 잠시, 어느덧 2015년 해가 절반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면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러갔나 하는 생각과 함께 후회 또는 뿌듯함과 같은 다양한 감정들이 섞여들곤 합니다.

지나온 시간들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때로는 멀게, 때로는 너무 짧게 느껴지는 까닭은 기억과 기억 사이의 공백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망각이라 불리는 것입니다.

‘망각은 신의 선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은 공감하지 못하겠지만, 이 말은 진실에 가깝습니다.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오감을 통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합니다. 그 양은 실로 어마어마해서 뇌가 모두 처리하기엔 버거울 정도입니다. 해서 뇌는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발전했습니다. 필요한 정보는 저장하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삭제함으로써 기억의 효율을 높인 것입니다. 최근에는 ‘공부를 잘하려면 잘 잊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잊지 말아야 할 것’과 ‘잊어도 되는 것’ 사이의 분명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준이 있어야 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망각은 무관심을 낳습니다, 무관심은 사람들로 하여금 부주의하게 합니다. 부주의는 실수를 부르고, 그것은 어느 순간 밤손님(밤도둑)처럼 은밀하지만, 치명적으로 다녀가곤 합니다. 분명한 기준이 없이, 무심코 잊어버림으로써 우리는 한번 했던 실수를 반복하는 과오를 범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작년 사망자 295명, 실종자 9명의 세월호 침몰 사건, 그때 우리는 얼마나 분노하고, 슬퍼하고, 고통스러워했습니까? 그런데 불과 10여 년 전 그와 비슷한 사고가 또 있었다는 것, 기억하십니까?

바로 2003년 전 국민 모두를 분노하고, 슬퍼하게 만든 대구 지하철 참사입니다. 허술한 대응 매뉴얼과 무책임한 기관사로 인해 192명의 사망자를 만들었던 사건을 모두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며 다짐하고 또 다짐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다짐과 맹세는 어느 순간 흐려졌고 결국 사고는 또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야 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그때의 다짐을 ‘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러한 실수의 반복은 계속해서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우리는 많은 희생과 고통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이유도 모른 채 부모에게 버려진 고아들과 학대당하는 사람들. 음주, 졸음운전의 위험성을 망각한 사람들에 의한 교통사고와 희생자들.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각국의 전쟁과 내란, 테러의 희생자들. 그들의 흘린 눈물과 겪은 고통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는 것은 아닐까요?

살아가면서 때로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그래야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시고 과연 내가 정말 끝까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이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기억하고 떠올리는 것에서 그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개선 방법을 찾고, 그것을 실천해야만 진정한 의미에서 그 일을 ‘기억 한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일들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또는 괴로운 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더 큰 희생을 내지 않기 위해서는 두렵더라도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러한 용기는 작게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보다 넓게는 내 주변을,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회 전반적인 사건들에게까지 넓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관심과, 우리의 기억이, 우리를 지키는 무기가 되는 사회가 되길, 또한 보다 안전하고 공평한 사회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이신후<전북디지털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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