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관광마인드 한 톨이 지역소득 만 섬을 가른다
내 관광마인드 한 톨이 지역소득 만 섬을 가른다
  • 이헌승
  • 승인 2015.08.11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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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스 사태 이후 관광과 지역경기 회복이 과제다. 광복 70주년! 광복절 전날인 8월 14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었다. 이날은 특별히 고속도로 통행료도 없다. 서울시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8월 21일부터 두 달간 ‘코리아 그랜드 세일’도 시행한다. 올핸 유난히 ‘휴가를 국내에서!’라는 캠페인도 활발하다. 우리 전북도 역시 휴가를 역내 시·군에서 보내자고 권장한다. 올해만큼 이런 캠페인과 권장이 호소력을 지닌 때가 있었는가!

‘집에 냉방기 없이 여름을 나보자!’ 그 결심이 너무나 후회스러웠다. 끔찍하게 살인적인 더위가 전국을 뒤덮었고, 우리 전북에도 시뻘건 폭염이 짓눌렀다. 내 집이 있는 열섬, 전주로부터 피난을 갔다. 나는 안사람과 함께 고창에서 4박했다. 그 지역에 있는 한 유스호스텔에 머물며 주변 곳곳을 다녔다. 그 숙박업소에선 좋은 시설과 친절은 물론 합리적인 가격에 감동했다. 인근 식당에선 토속적인 음식맛과 함께 살가운 ‘인정’도 함께 누렸다. 아마도 메르스가 한숨어린 식당 주인장의 이마에 푹 꺼진 주름 골을 더 팼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주인장의 자갈밭 같아진 마음에서조차, 불타는 태양의 작품인 짙푸른 녹음(綠陰)보다 더 진한 ‘고향 내음’을 느꼈다. 그런 마음을 읽을 수 있고, 그 냄새를 맡을 수 있는 50대 중반의 인생에 정말 감사했다.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과연 무엇이 이 감동을 가져왔을까?

그 계기의 크기는 그저 밀 한 톨과 같았다. 우리 지역의 한 개인이 바로 그 작은 한 톨의 역할을 담당했다. 사실 나는 이미 우리 도내 시·군에서 휴가를 보낼 결심을 했었다. 그러곤 공무를 수행하며 얻은 몇 분의 명함을 보고 전화를 걸어, 숙박 장소와 관광정보 등을 문의했다. 그런데 고창군의 한 분이 정말 남다르게 적극적이고 친절했다. 그 지역의 숙소 소개는 물론 주변 관광정보도 상세하게 설명해주었다. 폭염 때문에 이뤄진 갑작스런 피서 시도였는데, 그는 누구보다 더 적극적으로 자기 지역으로 나를 유인한 셈이었다. 결국 나는 그 ‘지역’에서 4일을 머물렀다. 덕분에 내 지출은 그 ‘지역에서만’ 계획보다 턱없이 커져 버렸다.

밀이든 쌀이든 한 톨의 크기는 매우 작다. 하지만 창고에 쌓인 만 섬의 곡식도 그 한 톨의 작은 낱알에서 시작된다. 적토성산(積土成山)이라고 했던가!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했던가! 흙가루나 티끌은 낱개로 보면 분명 하찮은 존재이다. 하지만 그 작은 낱개가 모이지 않으면, 거대한 태산은 형성되지 않는다. 이런 원리는 관광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다. 특히 ‘토탈관광’을 내세운 우리 전북엔 실감나는 더더욱 중요한 비유이다. 물론 한 ‘개인’의 관광마인드가 그 지역의 경기를 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시·군민 ‘전체’의 관광마인드는 실제로 그 지역의 소득수준과 지역경기를 좌우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는 물론 전북도 광복절 전날을 임시공휴일로 정하고, 비록 하루지만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며, 국내 지방에서 휴가를 보내도록 권장하는 것이다. 나만해도 ‘진정한 관광마인드’를 지닌 한 사람 덕분에 적잖은 돈을 그 ‘지역에서’ 지출했었던 것이다. 감동과 감사의 비용치곤 꽤 큰데도 말이다.

그런데 몇 가지 문제의식을 얻었다. 무엇보다도 토탈관광이 주요정책인 전북도내 14개 시·군을 방문하는 외지 손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먼저 입장료 가격정책은 과연 합리적인가? 명색이 ‘도립공원’인 선운산과 모악산(금산사)의 경우를 보자. 일반 등산객이 무조건 ‘문화재관람료’를 내야 하는 그 정책이 정말 적정할까? 매표소를 각 고찰 입구 가까이 옮겨서 그 관람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면 등산만 하려는 외지 방문객을 더 많이 유인할 수 있고, 지역경제도 살릴 수 있다. 사실 ‘통행료’나 다름없는 그 관람료가 외지인의 관광심리를 크게 억제하고, 심지어 불만도 가져온다. 그 몫은 고스란히 그 지역의 소상인에게 돌아간다.

또한, 관광통역사, 문화해설사 등 관광업 종사자가 주요 관광시설 및 구역에 입장할 때 이들을 특별히 배려해야 한다. 즉 이들이 사전답사나 스토리텔링 준비를 원하면 무료로 입장시켜주고, 이들에게 상세한 정보와 자료를 친절하게 제공해줘야 한다. 이들이 곧 ‘토탈관광의 홍보요원’이자 그 이미지를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우리 도의 관광진흥조례에 이를 반영하면 좋겠다. 관광종사자 한 명에 대한 배려가 곧 토탈관광 진흥의 출발점이다. 한 사람의 관광마인드 한 톨 차이는 결국엔 지역별로 관광소득 수만 섬의 차등을 가져올 수 있다.

이헌승<전라북도 경제분석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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