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녀’ 이병헌·전도연, 눈빛 연기가 다한 121분
‘협녀’ 이병헌·전도연, 눈빛 연기가 다한 121분
  • 뉴스1
  • 승인 2015.08.06 08: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이 오는 13일 개봉된다. © News1 스포츠 /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스틸
 영화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러닝 타임 내내 뇌리에 깊게 박히는 건 아름다운 미장센이 아닌, 배우 이병헌과 전도연의 존재감이다. 무협이라는 장르 특성을 부각시킨 시각적 아름다움도 영화의 미덕이지만, 결국 영화의 가장 중요한 드라마를 전달하는 건 두 배우의 연기력이었다. 약 16년 전 영화 '내 마음의 풍금'에서 총각 선생님과 늦깎이 초등학생 소녀로 만났던 두 사람의 두 번째 호흡은 역시 기대 그 이상이었고 다시 한 번 깊은 인상을 남겼다.

두 사람은 '협녀, 칼의 기억'에서 서사의 큰 틀을 구축하는 중심 인물로 등장한다. 이들은 각각 권력을 얻기 위해 배신을 택한 야심가 유백 역과 대의와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맹인 여검객 월소 역으로 분했다. 유백은 탁월한 검술과 빼어난 지략을 가진 인물로 막강한 권력가가 된 인물이고, 월소는 뜻을 같이 했던 유백이 권력에 눈에 멀자 무너진 대의를 완성하고 모든 것을 단죄하기 위해 18년 동안 홍이(김고은 분)를 뛰어난 검객으로 키우는 인물이다.

'협녀, 칼의 기억'은 무협 장르이지만 멜로와 드라마가 강조된 무협극에 가깝다. 때문에 배우들의 액션 연기가 상당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드라마의 전달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매우 중요한 과제가 있었다. 장르의 특성을 내세운 작품들이 대개 서사 전달력이 결여되는 경향이 있지만 '협녀, 칼의 기억'은 극의 중심에 선 이병헌과 전도연의 연기력으로 장르 연출의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

유백은 야망을 위해 과거의 기억을 떨쳐내고 권력을 향해 가는 인물이고, 월소는 대의를 위해 사사로운 감정이 거세된 인물이다. 그만큼 절제에 가까운 연기를 펼쳐야 했기에 말보다는 눈빛 연기로 그 속내를 전달해야 하는 연기가 관건이었다. 전도연 역시 영화 언론시사회 이후 이를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스스로를 엄격하게 자평했을 만큼, 감정 전달에 있어서 상당한 고충을 겪었을 것이라 느껴졌다.

이병헌의 눈빛 연기는 유백이 지닌 감정 폭과 깊이를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출세를 향한 야망과 천출 신분의 콤플렉스가 뒤섞인 눈빛은 극적 긴장감마저 조절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실제로는 정적인 상태이지만 눈빛 만큼은 동적이어서 관객들의 시선을 금방 압도하게 만든다. 입체적인 캐릭터만큼이나 감정의 변곡점이 많은 인물을 눈빛 하나로 이렇게나 많은 설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전도연이 연기한 월소는 극의 비밀을 쥔 인물이면서도 실제로 눈이 보이지 않는 맹인이다. 초점이 흐린 눈빛을 보여주면서도 그 속에 지난 세월에 대한 상처와 유백을 향한 증오, 복수심을 단번에 담아내야 했다. 동시에 유백에 대한 애증의 감정, 홍이를 향한 애틋한 모성애까지 섬세하게 표현해야 했을 만큼 힘든 연기였지만, 전도연이 아니었다면 그 깊이와 폭을 누가 표현할 수 있었을까 싶었다.

'협녀, 칼의 기억'은 두 배우의 압도적인 눈빛 연기가 다한 121분의 드라마를 선사한다. 이들의 감정 연기 뿐만 아니라 춤을 추는 듯한, 유연하면서도 우아하고 화려한 액션 연기 역시 또 다른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이병헌은 대역 없이 많은 장면들을 소화해냈고, 전도연은 시각 외에 다른 감각에 의존한 그만의 액션 연기를 보여줬다.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열연이 인상적인 만큼, '협녀, 칼의 기억'은 후회없는 선택이 될 것 같다. 오는 13일 개봉.    

/뉴스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