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관행·관습의 전통만 이어가자
좋은 관행·관습의 전통만 이어가자
  • 김학원
  • 승인 2015.08.04 17: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에 20억 유로에 이르는 금액을 체납한 상태로 사실상 부도에 처했다. 한때는 선박왕 등 해운업으로 부를 일군 부자가 많기로 유명했던 그리스가 디폴트까지 이른 원인은 무엇일까?

국제투명성 기구는‘파켈라키(Fakelaki)’를 그리스 몰락의 요인으로 지적하였다. 이는 그리스어로 ‘작은 봉투’라는 뜻으로 공무원에게 주는 뇌물을 의미한다. 부탁이나 청탁으로 돈 봉투를 건네는 관행이 부유층의 탈세를 방조하는 주요 원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저성장에 빠진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가청렴도를 70점 유지시 경제성장률이 1.4%p 상승하며, 국가청렴도 10점 상승시 1인당 국민소득이 4,713달러 상승한다는 연구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국가청렴도와 경제발전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지속성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부정부패를 근절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계속해서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부정부패 방지를 위한 제도와 개혁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으며, 청렴[淸廉]을 강조하는 변화와 혁신을 계속해 오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부정부패와의 전쟁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갖추어진 제도와 개혁방향에 따라 간다면 잘못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충분한 장치가 있음에도 부패가 척결되지 못한 것은 범죄행위로 인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왔던 비정상적인 관행들이 우리 생활 속에 뿌리깊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관행이란 일정한 지역이나 집단에 있어서의 항상적(恒常的)인 생활과정 속에서, 일정한 생활목적을 위하여 특정한 기회에 행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그 사회의 공동성이 반영되어 있어 공공성(公共性)이라는 성질을 가지고 있고, 생크션(sanction), 즉 사회적 제재(社會的制裁)를 수반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 관행 가운데는 이미 단순한 모레스에 머물지 않고 넓은 뜻의 법에 속하는 것도 있어서, 흔히 법습속(法習俗)·법관행·관행법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관행은 아주 넓은 의미로는 이들 법까지 포함한다.

관행에 있어서 올바른 발심이란 만약 오로지 이름을 듣고 입으로 말만 하면 마치 벌레가 나무를 파먹어 우연히 글자를 이루는 것과 같다. 이 벌레는 바른 글자와 틀린 글자를 알지 못한다. 이미 문자의 의미를 꿰뚫어 알지 못했는데 어찌 보리라고 할 수 있겠는가? 반드시 마음의 바라봄이 명료해 진리와 지혜가 서로 상응하여 행하는 것이 말한 것과 같고 말한 것은 행하는 것과 같아야 한다. 『화수경』(華首經)은 “대부분 사람들이 말한 것을 행하지 못한다. 나는 말로써 하지 않고 오로지 마음으로 보리를 실천할 뿐이다.”라고 했다. 마음과 입이 서로 상응하는 것이 관행보리이다.

우리 모두가 흔히 지나치는 일상적이면서 비정상적인 관행이 잘못된 범죄인가를 모르고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적용하고 있다. 누가 어떻게 그것을 바로 잡아야 하는 걸까? 해답은 본인에게 있다. 어느 누가 알려줄 수 없을 것으로 본다. 매스컴과 교육을 통해 전달받아 머릿속에 맴돌고는 있지만, 그냥 무심코 지나치는 비정상적인 관행을 차단하는 해법은 나의 새로운 마음가짐에서 시작된다.

공공기관은 타파해야 할 방만 경영과 비정상적인 관행을 우리 모두가 인지할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에 시간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부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결국 법을 적용하고 제도를 운용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의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를 만들어도 청렴도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직하고 청렴하게 사는 사람이 대우받는 풍토가 자리 잡혀가도록 유도하는 제도를 개발해야 한다. 온 국민이 부패문제에 관심을 두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제도도 만들어야 한다. 청렴이 개개인에게 습관화되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올 수 있도록 말이다.

비정상적인 관행이나 관습은 버리고 정상적인 것만을 이어가고 발전시키는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흔히 일을 하다 보면 잘잘못을 구분하지 못하고 범죄행위를 무심코 행하는 것이 현실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선한 마음을 가지고 본디 청렴한 인간으로 태어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잘못된 관행과 관습을 보고, 느끼고, 행동하면서 서서히 자신도 모르게 부패를 습득하면서 살아간다. 이것은 과거의 행위를 그대로 학습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조직의 리더부터 모범이 되어 관행과 관습의 잘잘못을 따지고 개혁하려는 노력이 이어진다면 조직 문화의 변화가 가능할 것이다.

우리 국민 모두가 서로 존중하고 섬기며 봉사하는 자세로 임하고 비정상적인 관행과 관습을 버리는 습관을 길러간다면 청렴한 세상이 어느덧 우리 곁에 다가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청렴! 그것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비밀 열쇠일지도 모른다.

김학원<한국농어촌공사 전북지역본부장> 

약력 ▲본사 새만금개발처장 ▲새만금사업단장 ▲기술안전품질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