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가는 날은 마음이 어떨까? 가세가 기울어서 형편이 안 좋은 곳으로 가는 이사라면 그 발걸음이 팍팍할 것이다. 그보다 더 절망적인 걸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개는 늘려서 이사를 간다. 더 넓고 쾌적한 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것이다. 학교의 이사는 어떨까?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지만 학교도 이사를 간다. 특히 사립학교가 그렇다. 1974년 부안여자고등학교가 이사를 했다. 선은리 교정에서 봉두리의 새보금자리에 둥지를 튼 건이다. 리어커로 짐을 나르는 학생의 표정이 참 밝다. 이사대행 업체에 맡겨 몸만 옮기면 되는 요즘의 이사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김판용 시인, 금구초중 교장
저작권자 © 전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