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최동훈의 자기복제와 흥행 공식 변주의 한계
'암살' 최동훈의 자기복제와 흥행 공식 변주의 한계
  • 뉴스1
  • 승인 2015.07.1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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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이 오는 22일 개봉된다. © News1 스포츠 / 영화 ´암살´ 포스터

최동훈 감독은 현재 충무로에서 상업적이고 오락적인 소재를 가장 영리하게 다룰 줄 아는 감독 중 하나다. 흥행을 위한 가장 최상의 재료를 선별하고 그 재료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구매력 높은 영화라는 요리를 완성해내는 것은 그가 가장 잘 하는 일이다. 지난 2004년 영화 '범죄의 재구성'을 시작으로 2006년 '타짜'와 2012년 '도둑들' 등 '범죄 3부작'이 완결되는 동안 그만의 흥행 공식은 조금씩 변주돼 왔다. 사상 최고의 액수인 순제작비 180억원이라는 자본이 투입된 '암살' 역시 그 흥행 공식 변주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지만 제작비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동안, 여전히 자기복제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변주의 한계에 부딪혔다는 인상만 남겼다.

'암살'은 쇼박스에서 투자와 배급을 담당한 작품으로 1933년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작전을 둘러싼 독립군들과 임시정부대원, 그들을 쫓는 청부살인업자까지 이들의 엇갈린 선택과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을 그리는 영화다. 배우 전지현과 이정재, 하정우, 조진웅, 최덕문, 오달수, 이경영 등이 출연한다. 전지현이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 역을 맡았고 이정재가 친일파 암살 작전에 안옥윤과 생계형 독립군 속사포(조진웅 분), 행동파 독립군 황덕삼(최덕문 분)을 투입하는 두 얼굴의 임시정부대원 염석진 역으로 등장한다. 하정우는 독립군을 제거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상하이의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 역으로 분했다.

이전 작품들과 달리 사뭇 진지해진 극 분위기를 두고 최동훈 감독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의 연출은 여전히 '변화'가 아니라 '변주'에 그쳤다. 일제강점기라는 극 배경과 독립군이라는 캐릭터 설정이 주는 무게감이 특유의 가벼운 분위기를 상쇄시켰기 때문이지, 묵직한 감동이 깃든 연출에서 비롯된 무게감이라고 보기 어렵다. 충무로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배우들을 영화 전면에 대거 내세운 멀티 캐스팅과 위트 넘치는, 혹은 유머러스한 대사들로 양념을 치는 연출은 짜임새 없이 헐거운 방대한 규모의 이야기를 메꾸는 최상의 눈속임이다. 날카로운 핵심이 없는 메시지는 '태극기 휘날리며', '명량', '국제시장', '연평해전' 등 흥행 영화의 공통점이라는 치밀한 애국심 마케팅 뒤에 숨었다.

흥행 공식 변주에서 한계가 느껴지는 이유에는 멀티 캐스팅에서 비롯된 기시감도 큰 탓으로 분석된다. 투자자와 제작자, 관객 모두가 선호하는 흥행 보증 수표와 같은 배우들을 투입하는 것을 비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지현과 이정재, 하정우, 오달수, 이경영, 김해숙 등 이들이 출연했던 각 전작들의 장면과 완전히 분리해서 감상할 수는 없을 듯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일 터인데 배역에 최선을 다한 배우들의 연기력에는 이견이 전혀 없지만 외려 이들의 조합 자체가 서사의 전달력을 방해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미지의 기시감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 역시 배우들의 재발견 없이 이들이 여타 영화에서 형성해뒀던 기존 아우라에 의존했다는 방증이고 이들 배우의 활용법이 변주의 최대치에 도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신념과 투쟁을 위해 싸우다 간, 이름조차 모를 독립 투사들의 죽음을 의미 있게 그리고 싶었다던 최동훈 감독의 의도는 적어도 얼마만큼 달성됐을까. 감독의 숭고(?)한 의도와 달리 영화가 주는 울림의 파장의 폭은 애처롭게도 너무나 좁다.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다뤄졌어야 할 메시지와 이야기의 전개와 결말이 서로 다른 목표를 지향하고 있는 탓으로 풀이된다. 둘 사이의 딱 맞아떨어지는 긴밀한 연결 고리가 없다보니 이 같은 참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저 극 중 인물이 "대한 독립 만세"만 외치면 그 자체로 메시지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 듯이, 각 캐릭터가 지닌 비극적 사연과 상황이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대변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그간 최동훈 감독의 작품들이 공통적으로 지녔던, 핵심 없이 변죽만 울리는 연출의 약점을 다시 한 번 노출한 셈이 됐다.

감상 기준이 '재미있다' 혹은 '재미없다'로, 직관에 의해 갈리는 관객이라면 관람에 큰 지장은 없다. 다른 것 다 필요없고 영화만 재미 있으면 된다는 주의라면 완성도와는 별개로 감정 이입(Empathy)이 주는 몰입도만으로도 1만원 가량의 영화 티켓 값을 선뜻 지불해도 무방하다. 영화를 소비하는 방식에 따라 감상평이 갈릴 수 있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의 잔상이 화려한 100억대 제작비가 든 스케일과 배우의 존재감이라면 적어도 메시지를 다듬는 연출에 신경 써야 했을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 사람이 어깨에 짊어져 있는 막중한 제작비에 대한 부담감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작품성에서 왜 평가 절하되는지 스스로도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요컨대 정리하자면 '암살'은 흥행할 수밖에 없는 공식에 짜맞춰 나온 영화인만큼 여름 극장가 오락 영화로는 손색이 없을 듯하지만, 이 영화에서 감독의 연출의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얘기다. 최고의 배우들이 선보이는 미학적 소임을 다하는 액션신, 그 사이 사이를 메우는 웃음 코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감정 이입 가능한 일제 강점기라는 배경, 이야기 구성의 기본 원칙으로 통용되는 고전적 설계 등 흥행에 최적화된 요소가 두루 갖춰진 만큼 흥행 전망을 어둡게 점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영리한 관객들이 연출의 흐름을 꿰뚫어 버려 뻔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면 이 흥행 공식마저도 이젠 버려야 할 최악의 한 수가 될지 모르는 일이다. 오는 22일 개봉.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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