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평해전
영화 연평해전
  • 이한교
  • 승인 2015.07.0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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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6월 29일 토요일 오전 영화 속의 우리 해군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체 북한군과 치열한 전투를 외롭게 벌이고 있었다. 그들이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며 나라를 지키고 있었을 때, 대한민국은 월드컵 4강의 신화에 고무되어 축제 분위기를 마음껏 누리고 있었다. 저녁에 있을 월드컵 3.4위전을 기다리며 길거리 응원전 속에서 “대한민국”을 큰소리로 외쳤었다. 온몸으로 북과 손뼉을 치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한국과 터키전 승리를 위해 남녀노소, 여·야당 구분 없이 거리로 뛰쳐나가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작은 축구공 하나가 일으켰던 위대한 기적의 중심 속에서 나라를 온통 붉은 물결로 꽃을 피웠다. 이처럼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의기양양 좋아했을 때, 북한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 그리고 우리 해군 경비정을 향해 포탄을 퍼부어 댔다. 우리 해군은 그제야 위험을 감지하고 조건반사적으로 응사를 시작한 것이 ‘제2 연평해전’의 시작이다. 우리를 안타깝고 화나게 하는 것은 곧 북한 경비정을 무력화시켰지만, 예인되어 도망가는 것을 보고도 바라만 보고 있어야 했던 상황이다. 충분히 격침시킬 수 있는 데도 그냥 돌아가도록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던, 두들겨 맞고도 보복공격을 못 했던 우리 해군의 모습을 영상으로 지켜보며 미안하고 답답해 화가 치밀어 울분이 끌어올라 울고 말았다는 얘기다.

  영화 속에 북한은 우릴 기만하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 군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사건이 있을 때마다 정부가 정치적인 입장에서 해석하고 소극적으로 응대해 왔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많은 희생과 물질적인 피해를 당하였음에도 ‘우발적인 사고’라 말한 정부를 보면 알 수 있다. 필자가 그 판단에 대하여 잘잘못을 따지는 게 아니다.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에둘러 표현했을 것이다. 다만, 우리 국민의 억울한 희생에 대하여 너무 소홀하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13년이 지나고 대다수 국민이 이 영화로 분노하자 마지못해 서해 교전을 승전이라 부르고, 죽음을 순직이 아닌 전사자로 예우한들 지난 상처가 사라지느냐는 것이다. 당연한 일을 가지고 은전을 베풀 듯 명예 회복을 말하는 지도자에 대하여 국민이 분노한다는 말이다.

 ‘제2 연평해전’1주년(2003년)에 즈음하여, 당시 미국 안보 보좌관인 콘돌리자 라이스가 우리 측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 해전에 사망한 국군의 이름을 물었지만, 대답을 못 하고 얼버무렸다는 부끄러운 얘기가 전해오고 있다. 그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미 안보 보좌관을 만날 정도면 분명히 책임 있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나라를 지키다 죽어도 누구 하나 기억해주지 않는 무책임한 나라에 우린 살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면 미국은 희생자의 유골 몇 조각을 회수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철저히 자국민을 보호하고 국가가 그 가족과 후손에게 응분의 보상을 해주는 나라로 널리 알려졌다. 이 점이 자유분방한 미국인들이 조국에 대한 애국심을 가지게 하고,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만든 원동력이라는 점이다. 우리도 하루속히 나라를 위한 숭고한 희생에 대하여 추앙하는 보훈 문화를 뿌리내려야 할 것이다. 바로 이것이 통일 한국을 앞당기는 힘일 것이다. 지금처럼 나라를 위한 희생을 두고도 정치적인 소신과 입지만을 위해 바라본다면 우리에겐 미래가 없다. 비록 그 결정이 나라의 평화와 안녕을 위한 선택이라 해도 희생을 왜곡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하면 불행한 나라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대한민국은 아직 살만한 나라다. 영화 연평해전’이 세상에 나왔다는 것이 그를 입증하고 있다. 수많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국민의 응원과 후원의 힘이 모여 희생자를 영화 속에서 부활시킨 위대한 나라다. 폭탄이 터지고 총알이 날아드는 처참한 전투 소리가 월드컵 열광 소리에 묻혀 사라진 듯 보였지만 국민이 힘을 모아 부러졌던 기억의 더듬이를 이어 부쳐놓았다. 지도자 대부분이 침묵하고 있었을 때 영화를 통하여 그날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기하며 함께 아파하고 울어주었다. 그리고 국방의무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면 정부와 지도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깨워 주었다. 지금처럼 서로 이간질하며 진실을 왜곡하고, 당리당략에 따라 말하고 행동하는 분열을 자초하면 북한은 우릴 종이호랑이쯤으로 생각할 것임을 명쾌하게 보여주었다. 아직도 천안함 폭침을 자작극이라 말할 때 그들(북한)은 잠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웃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영화를 보았다면 이제 합리적인 대화와 논리적인 논쟁으로 우리 모두 무장해야 할 것이다. 특별히 지도자는 아무리 용감하고 영리한 진돗개라도 묶여 있으면 미친개를 대적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영화 연평해전’이 허구가 아니고 실화라는 점에 대하여 지도자들은 고개를 깊이 숙여야 한다는 말이다.

 이한교<한국폴리텍 김제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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