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神과 창조적 파괴
시바神과 창조적 파괴
  • 김 진
  • 승인 2015.06.25 1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도하면 승려인 브라만부터 천민인 수드라까지의 카스트제도가 떠오르지만, 알다시피 지금은 하층계급 출신인 모디 총리가 나라를 이끌 만큼 사회적 변화가 크다. 하지만, 그들의 종교관은 쉬이 바뀌지 않아 과거나 다름없이 변화가 없다. 예를 들어 인도에는 3대 주신(主神)이 있다. 우선 창조의 신인 브라흐마와 유지의 신인 비슈누, 그리고 파괴의 신인 시바가 그것이다. 한데 이들 神 중에 가장 인기 있는 신은 누구일까? 모두 생각하기를 그 신들의 역할이 창조와 유지 그리고 파괴라면, 세상을 창조하는 브라흐마를 가장 중요하게 받들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브라흐마는 인도국민들에게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시바神 이다. 왜 그럴까? 많은 외국인들은 인도의 심오한 문화를 존중하기에 상당한 궁금증을 갖는다.
 

 * 파괴 뒤에 찾는 창조적 새로움

 한데 그 이유를 들어보면 심오함을 넘어 다분히 철학적이다. 물이든 음식이든 그릇에 오래 담아두면 섞게 된다. 그 섞은 것을 버리고 그릇을 비워야 새로움을 채울 수 있듯이, 시바가 기존의 것을 파괴하여 새로움의 토대를 마련해주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창조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창조가 없다면 그 이후의 유지라는 것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인도사람들은 시바의 파괴에서, 파괴 뒤에 찾아오는 창조적인 새로움을 이해하는 것 같다. 경제이론에서도 그러한 창조적 파괴를 ‘혁신’이나 ‘개혁’으로 부르고 있지만, 실은 경제든 정치든 간에, 사회가 발전하는 데 있어 창조적 파괴는 큰 동력이 된다. 예를 들어 물건을 예전과 같은 디자인과 기술, 그리고 같은 가격에 판다면 누가 그 제품을 계속 사겠는가! 만약 그리된다면 누군가는 더 편리한 방식과 디자인,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내놓을 것이고, 소비자의 선택은 당연히 바뀔 것이다. 따라서 ‘기술혁신’으로 낡은 것을 파괴하거나 도태시키고, 새로움을 창조하고 변혁을 일으키는 ‘창조적 파괴’ 과정이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 분통 터지는 나라꼴

 한데 우리사회는 ‘창조적 파괴’는 없고 ‘사회적 파괴’ 뿐인 것 같다. 삼풍백회점·위도페리호·씨랜드수련원·대구지하철방화 같은 지난 일들뿐 아니라, 현 정권에서의 사고들만 보더라도 경주마리나리조트 붕괴사고·세월호 침몰사고·고양터미널 화재사고·고성GOP 총기난사사고·판교환풍구 붕괴사고 같은 유사한 사고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이런 사고들은 창조적 파괴가 아니라, 사회를 파괴시키는 사고들이다. 문제는 대형 사고가 반복되고 있지만, 매번 국가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메르스 환자가 150명이상 확진된 상황에서야 대통령이 ‘국가의 신종 감염병 대응 체계를 공유하고,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게 뭔 소린지 귀를 후빌 지경이다. 세상에! 세계 11위의 GDP에 1인당 소득 28위를 차지하는 ‘위대한 대한민국’에서, 그리 많은 대형 사고를 겪고도 아직껏 그런 대응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단 말인가?

 하기야 없었으니 이리 속수무책이었겠지! 참으로 뭐라 할 말이 없다. 창조경제 찾고, 3만불 소득 운운하더니 꼴사납게 됐다. 내나라·우리정부 욕해봐야 제 얼굴에 침 뱉기겠지만, 내 얼굴에 떨어지더라도 뱉고 싶을 만큼 참담할 뿐이다. 정치인도 정당도 모두가 그 나물에 그 밥이고, 총리직 하나 제대로 맡을 사람이 없어 국민 앞에 그 ‘생쇼’를 다했으니 더 말해 뭐할꼬! 나라꼴이 이 같이 돌아가는 거야 유치원생도 다 아는 터에, 나라고 몰라서 하는 푸념이 아니다. 혹시 우리 정계나 사회 전반에 고인물들이 너무 많아 이러는 건 아닌지 걱정되어 하는 말이다.

 김진<경희대 객원교수/전북생활체육회 부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