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이란 명분 아래 전북은 더 이상 피해 볼 수 없다
‘호남’이란 명분 아래 전북은 더 이상 피해 볼 수 없다
  • 김윤덕
  • 승인 2015.06.23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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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좀체 진정되지 않고 불안감이 지속하고 있다. 초기대응에 실패한 무능한 정부에 그 책임이 있지만, 매출 급감과 영업 부진으로 인한 어려움, 위축된 지역경제의 피해는 국민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어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현장에서 메르스와 사투하고 있는 의료종사자들의 헌신과 수고에는 격려와 감사의 마음뿐이다.

 19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29%만이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치다. ‘잘못하고 있다’는 61%로, 긍정-부정률 격차가 32% 포인트였다. 60세 이상을 제외하고 모든 세대에서 부정적 평가가 높았고, 특히 콘크리트 지지군(群)인 대구·경북에서 부정적 평가(51%)가 긍정(41%)을 훨씬 앞질렀다. 가장 큰 이유는 ‘메르스 확산 대처 미흡’(33%)이었다.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21일에는 신임 법무부장관에 호남 출신인 김현웅 서울고검장을 내정했다. 전남 고흥 출신인 김 내정자 발탁배경으로 “법무장관에 호남 출신 인사를 지명한 것은 사회통합 및 호남 배려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한다. 지지율이 떨어지니까 호남 인사를 발탁해 ‘호남 끌어안기’를 시도하고 국민통합을 부르짖는 모양새다. 그러나 장관 한 명 호남 출신을 임명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국민통합이 이뤄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영남 독점, 호남 소외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박근혜 정부의 특정지역 편중인사는 여전히‘반쪽 대한민국’에 불과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대통령이 되면 제일 먼저 대탕평 인사부터 펼치겠다. 호남의 아들 딸들이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였는지 전북도민들은 전남이나 광주에 비해 높은 비율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 그러나 전북에 돌아온 것은 ‘무장관 무차관’의 실망뿐이었다. 장ㆍ차관은 고사하고 각 부처에서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고위직에서도 전북출신이 점차 밀려나고 있다.

 전북은 항상 ‘호남’이라는 이름으로 희생을 강요당해 왔고, ‘호남’이라는 포장에 전북은 늘 소외되었다. 인사도 예산도 늘 뒷전이었고, 전북에 대한 배려는 언제나 인색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후보의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던 필자는 호남방문이라며 광주ㆍ전남 중심으로 대통령 후보 일정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문제제기를 했다. 전북방문, 광주ㆍ전남방문으로 구분해서 사용할 것을 요구하였고 받아들여졌다.

  표현상의 작은 변화지만 필자에게는 전북이 호남의 종속변수가 아닌 독립변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호남정신과 호남정치의 복원을 강조하는 정치인에게도 전북은 변방이었다.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천정배 의원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호남을 단순한 지역의 이름이 아닌 정신의 이름으로 이해해야 한다”면서 ‘호남정신’을 강조했다.

  천 의원에게도 호남은 광주ㆍ전남이고, 전북은 없다. 매번 선거 때마다 거론되는 ‘호남 물갈이’주장에서도 전북은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전북은 이미 19대 총선에서 11명 중 7명이 초선으로 교체돼 인적쇄신을 통해 기득권을 내려놓고 유권자들의 심판을 이미 받았다. 그럼에도, 또다시 호남의원 물갈이로 당의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발상에서 전북은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익산국토관리청 분리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익산국토청은 지난 1949년 전남과 전북, 제주도를 관할범위로 이리지방건설국이 설치된 이후, 1975년 전북과 전남으로 잠시 분리되었다가 1981년에 다시 통합되었다. 호남권을 관할하는 공공기관 중 전북에 남아있는 유일한 기관이며, 6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북도민들과 함께 했다. 호남권 전체 공공기관의 87.5%가 광주ㆍ전남 지역에 편중되어 있는 현실에서, 또다시 익산국토청 분리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피해를 본 전북에 더 큰 절망감을 안기는 일이다. 정부는 더 이상 이 문제가 거론되지 않도록 하루빨리 분리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북의 국회의원 선거구 축소 가능성과 함께 익산국토관리청 분리, 국토정보공사 전북본부 통폐합, 국민연금 서울사무소 설립 등 잇단 악재로 우리 도민들의 분노와 우려가 임계점을 넘어섰다. 전북의 정치 경제가 더 이상 피해보지 않도록 제 몫을 챙기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더 이상 ‘호남’이란 명분 아래 전북이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도록 목소리를 더 크게 낼 것이다.

 김윤덕<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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