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MERS)!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치자
메르스(MERS)!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치자
  • 김형준
  • 승인 2015.06.17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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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호흡기증후군(이하 메르스)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 확진되고(5월 20일) 벌써 한 달이 되어간다. 그사이 확진 환자는 160여 명이 넘어가고 그중 20여명이 메르스로 사망했다. 아직도 격리대상자는 6,000여명이 넘고 3차 감염을 막아낼 것이라는 보건당국의 약속은 이미 4차 감염자가 나오면서 감염 차수는 중요치 않다는 궁색한 변명으로 바뀌었다. 우왕좌왕하는 보건당국의 대처 속에서 국민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민심은 흉흉하기까지 한 것 같다.

 사실 실제 전염력 등 메르스에 대해 처음에 알려진 의학적, 역학적 내용이 현실과 차이가 있어 불안감과 혼란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일반적인 바이러스성 질환의 특징 등을 미루어 볼 때 몇 가지 내용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첫째 논란이 되고는 있지만, 공기매개 감염은 아니고 비말감염이라는 점이다. 비록 비말감염이라고 해도 메르스가 소량의 바이러스로도 전염력을 가지고 있고 실내의 밀폐된 환경에서는 상당한 생존력을 가져 밀접한 접촉이 아닌 상태에서도 에어로졸에 의한 전염이 가능함이 이미 증명되었지만 그래도 환자가 없는 공간에서 수십 미터를 바이러스가 날아가 전염을 시키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둘째로는 증상이 발현되어 환자가 기침이나 침을 통해 바이러스를 몸 밖으로 내보내기 전까지는 전염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증상이 없는 단순 격리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지나친 경계나 무조건적인 휴교는 필요치 않다는 점이다.

  세 번째로는 모든 바이러스 질환의 공통된 특징으로 손 씻기, 마스크 착용같은 개인위생이 분명한 예방 효과를 가진다는 점이다. 네 번째로는 백신도 치료약도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정상적인 면역력과 조기에 적절한 대증적 치료가 이루어진다면 치료 불가능한 질환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많은 완치자들이 증명하고 있고 현재 160여명의 확진 환자 중 90%에 가까운 환자가 혈압, 호흡 같은 생명증후 등이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잘 극복되고 있는 점이 그 증거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긴장은 늦추지 않고 적극적인 대응과 철저한 관리가 중요하지만, 모두가 지나친 불안과 공포로 왜곡된 행동을 보이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대처 우리는 무엇이 이렇게 메르스 바이러스에 국가적 차원에서 방역에 실패한 것일까? 그동안 자타 공인 우리나라의 보건방역 및 의료수준이 세계적이라고 자부해왔던 것이 무색할 만큼 이번 메르스 사태에 우리는 무력했고 그로 인해 국제적인 오명을 받게 된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찾아볼 수 있는 데 그 중 첫 번째가 보건방역 당국의 안일한 문제인식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이미 메르스는 수년 전부터 중동지역에서 유행하던 질병으로 많은 국민들이 중동지역으로 왕래가 이루어지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국내 유입은 사실 시간문제였을 뿐이었다. 일부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질병관리본부에서 이미 메르스가 국내 유입된 사항을 상정한 모의 훈련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 의료기관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의사인 필자조차도 보건당국에 의한 메르스에 대한 지침이나 특성을 알려주는 자료나 홍보물 한 장 받아본 일이 없다. 더군다나 일반 국민들의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사전에 적어도 전국의 의료기관과 의사, 그리고 중동지역을 여행하는 국민들에게 좀 더 철저히 교육, 홍보를 했다면 이번 사태는 확진 환자 한 명으로 끝날 수도 있는 문제였다. 실제 미국은 한 명의 환자가 발생하자마자 그가 중동을 여행했다는 사실만으로 메르스를 의심하고 비상대책반이 작동하면서 한 명의 환자로 사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처음 확진 환자가 나온 평택 병원의 의사나 환자 자신이 메르스에 대한 사전 정보가 조금만 있었다면 지금의 사태는 애당초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 어느 지역에 전염병이 유행한다면 적어도 보건당국은 즉각적으로 그 지역 여행자와 국내 의료진 전체에 정보제공과 지침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환자의 간병을 보호자에게 맡기는 우리의 병원 문화와 면회객의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점 등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가까운 환자의 보호자라도 병실 출입을 통제하고 적절한 절차에 따라 한다. 더군다나 간병 역시 철저히 의료진의 몫이다. 이점은 사실 간호 인력의 확대와 이에 따른 의료비의 증가와 연관된 것으로 쉽게 접근할 문제는 아니나 꼭 필요한 정책이다. 세 번째로는 대형병원으로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의료전달체계를 고쳐야 한다.

  최대 전파자와 전국 확산의 계기가 된 서울삼성병원의 예처럼 대형병원 중심의 의료체계가 메르스사태를 키운 한 원인임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에볼라, 신종플루, 조류 독감 등 새로운 전염병의 문제는 앞으로 더욱 대두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비록 늦은 대응과 안일한 문제인식으로 메르스사태가 일어났지만, 보건당국과 국내 의료계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심정으로 이번 일을 계기로 큰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김형준<신세계병원 정신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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