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대화 회복으로 행복한 안식처 되살려야
가족 대화 회복으로 행복한 안식처 되살려야
  • 황경호
  • 승인 2015.06.15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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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 지인을 만났다.

 얼굴을 보자마자 깊은 한 숨을 내쉬며 걱정과 안타까움을 가득 머금은 채 말문을 열었다.

 조카 결혼식이 있던 지난 주말, 중·고등학생 자녀 및 아내 등 온 가족이 서울 나들이에 나섰단다.

 메르스의 불안으로 께름칙한 면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바쁜 사회생활 속에서 다소 소홀히 했던 가족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던 지인은 이번 여행을 가족 간 대화의 장으로 만들어볼 심산이었다.

 모처럼 자녀들과 함께 한 여행인지라 다소 설레고 어떤 주제로 대화를 풀어볼까 내심 고민하고 준비도 했다. 청소년의 고민이나 연예인 이야기가 좋을지 아니면 요즘 떠들썩한 메르스나 경제 또는 정치가 좋을지.

 자녀들에게 멋진 아빠로 보이기 위해 낯선 아이돌그룹 이름을 찾아 외우기도 하고 청소년의 고민이나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고 그 어느 때보다 신문이나 방송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인의 희망은 여기까지였다.

 자녀들은 차를 타자마자 각자 휴대폰에 이어폰을 꽂은 채 눈을 지그시 감고 음악을 감상하는 것인지 아니면 대화를 외면하려는지 도통 말이 없었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말이라도 붙여볼라치면 시끄럽다는 듯 퉁명스러운 답이 메아리로 돌아왔다. 아내 역시 피곤하다며 감감무소식.

 비록 가족 모두 함께 한 나들이였지만 지인은 한없이 밀려오는 서글픔과 외로움을 주체할 수 없었다. 혹시 돌아오는 길은 좀 나아질지 모른다는 기대를 했으나 이 또한 신기루였다고.

 언제부터인지 우리 가정에 대화가 사라졌다. 대화는커녕 얼굴조차 마주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어쩔 수 없는 사회적 요인에서 비롯되는 측면도 많다.

 아빠는 날로 심화하고 있는 사회경쟁 속에서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엄마 역시 가사노동이나 맞벌이로 스트레스 덩어리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집에 귀가한 부모는 피로한 일상을 빌미로 대화 자체를 귀찮게 여기거나 TV 시청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 역시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시계추 생활로 지쳐 점차 고립되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게임이나 메신저 중독 속에 안주하는 추세도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게다가 대학 졸업 후에도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다 경제는 어려워지고 있고 메르스 같은 전염병이 확산한다고 연일 매스컴이 울어대는 상황이다 보니 분위기는 삭막해지기만 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가족 간의 대화는 소통과 화해 및 신뢰회복의 장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강한 스트레스를 유발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대화가 사라지면서 가족의 의미가 점차 퇴색돼 우리보다는 나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풍토가 되고 이러한 상황이 심화하면 결국 부부간 이혼이나 청소년 가출, 학원폭력 등의 문제까지 초래하게 된다.

 그래서 가족 간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는 대화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수요건이다. 먼저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반드시 얼굴을 마주 보며 식사를 하고 가족회의나 외식, 영화감상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좋다.

 대화를 할 때는 구성원 각각의 가치관과 세대, 감정 등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상호간 이를 인정하고 가정에서는 반듯이 TV와 스마트폰을 멀리해야만 한다.

 대화는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말이 아니고 항상 준비가 필요하다. 상황과 분위기는 물론 시점(타이밍)도 고려해야 하고 상대의 입장과 기분도 배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서로 열린 마음으로 대하면 가족의 대화 장애요인인 훈계나 핑계, 감정적 대응, 자기주장, 고집 등의 행태가 점차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가족 구성원 간에 진정으로 소통하게 되면 가정이 스트레스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소해 줄 수 있는 기쁨이 가득한 최고의 안식처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에 쏟는 노력 일부라도 그동안 간과해온 가족 간 대화를 위해 쏟아 부어야 한다.

 바로 가족 간의 대화는 노력을 전제로 한 의무이자 행복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갈수록 각박해져만 가는 삶 속에서 가정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는 이때에 우리 모두 가족 간의 대화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두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할 듯싶다.

 황경호<전주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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