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혁신도시 리포트]<7> 이서면의 두 얼굴
[전북혁신도시 리포트]<7> 이서면의 두 얼굴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5.05.26 17: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라? 단 2명만 늘었네!”

 완주군의 한 관계자는 이서면의 혁신도시 효과를 분석하던 중 아연실색했다. 전북 혁신도시 조성의 훈짐을 직접 쬐는 곳이 바로 이곳, 완주군 이서면이다. 그중에서도 면사무소가 있는 상개리 오목마을엔 음식점들이 성장세를 구가하는 등 혁신도시 영향에 휘파람을 부는 곳이어서 당연히 인구가 급증했을 것이란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웬걸? 정작 오목마을의 주민을 조사한 결과 2013년 1월 말 417명에서 올 4월 말엔 419명으로 단 2명,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2년 동안 1년에 한 1명씩 늘어난 셈이다. 깜짝 놀랄 만한 통계는 또 있다. 같은 기간에 오목마을의 세대 수는 오히려 6세대 줄어든 198세대로 쪼그라들었던 것이다.

 음식업 활황과 인구의 정체 상태-. 여기엔 혁신도시 조성과 관련한 이서면의 빛과 그림자가 뚜렷하게 존재한다. 우선 빛을 보자. 이서면사무소가 있는 오목마을은 26일 정오께, 점심을 해결하려 나온 인근 혁신도시 입주기관 직원들로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면사무소 인근의 음식점은 대략 15~16개 정도로, 혁신도시 내 공공기관 입주 전보다 매출이 최하 50%에서 2배 이상 껑충 뛰었다며 어깨를 덩실거렸다. 이서면사무소의 박영배 부면장은 “혁신도시 안에도 음식점에 20여 개 있지만 시골의 음식 맛을 느끼려는 직원들이 이서면을 향해 대거 몰려들고 있다”며 “음식점이 최근 몇 개 늘어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일자리가 증가한 것도 밝은 면이다. 완주군 지역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4대 보험을 적용하는 기간제 근로자 30여 명이 고용됐고, 잡초제거 등 일용직은 수시로 수십 명씩 채용되고 있다”며 “소득이 늘어 지역경제의 일면을 살찌우는 긍정적 효과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서면이 혁신도시 훈풍의 영향권에 포함되며 부동산 투자 발걸음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서면을 중심으로 땅을 사들이겠다는 문의가 과거보다 20% 이상 많아진 것 같다”며 “혁신도시 조성 부대효과임에 틀림없다.”라고 말했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 혁신도시 인근 마을의 어두운 면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다시 인구부터 따져보자. 이서면 전체 인구는 올 1월 말 1만700명에서 올 4월 말엔 1만2천 명으로, 3개월 새 1천 명 이상 불어났다. 혁신도시 효과임이 분명하지만 문제는 인구 증가가 ‘기대 이하’라는 점이다.

 완주군에 따르면 혁신도시 조성에 따른 이서면의 인구 목표는 당초 1만7천 명에서 1만8천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아파트 2곳이 들어선다 해도 이 목표 도달은 쉽지 않아, 인구 증가의 어두운 그림자로 남을 전망이다.

 일자리가 늘어난 이면에 농번기 농촌 일손이 딸리는 것도 암(暗)에 속한다. 농촌진흥청과 산하 4개 연구기관은 잡초 제거 등 수십 명의 일용직 근로자를 수시로 쓰고 있다. 이들의 일당은 노동 강도 등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1일 4만5천 원에서 5만8천 원 정도로 알려졌다. 농번기 일손이 혁신도시 일자리 수요에 흡수되면서 농촌 들녘에선 일손 구하기가 어렵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이서면 지역의 농민 H씨는 “농사를 지어서 먹고살기 어렵다는 생각에 농산물 가격변동마저 심해 혁신도시 일자리를 바라보는 인력이 많다”며 “한창 일꾼이 필요한 시점에서 과거처럼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 발만 동동 구르는 때가 적잖다”고 푸념했다. 일각에서는 혁신도시 조성과 함께 주중엔 혁신도시 일자리에서 일하고, 주말만 농사를 짓는 ‘주말 농사꾼’이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기홍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