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덫에 걸린 연금개혁
정치의 덫에 걸린 연금개혁
  • 최낙관
  • 승인 2015.05.2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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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현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연금개혁은 가능한 것인가? 하지만, 작금의 상황을 보면 박근혜 정부가 공공부문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무원연금의 개혁에 분명히 의문부호가 남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무원연금의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강도 높은 개혁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 기대치와 큰 괴리를 보이며 표류하고 있다. 여야 합의안까지 나오면서 순항하는 듯 보였던 공무원연금 개혁이 합의과정에서 여야가 덧붙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으로 상황이 복잡해짐과 동시에 청와대와 여야의 정치적 이해득실 게임은 개혁을 수렁에 빠뜨려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정치적 늪에 걸린 공무원연금개혁이 국민연금과 별개로 개혁의 취지를 살려 순항할 수 있는지에 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개혁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글쎄…. 그럴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에 가득 차 있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분명히 도에 지나친 상호불신에 있다. 신뢰가 깨져버린 ‘연약지반’에서 여야 정치권은 연금개혁을 국가적 대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타협을 위한 타협으로 자신들의 잇속 차리기에 급급하고 나아가 이를 바라보는 청와대의 ‘정치적 훈수’ 한마디가 전체 판을 흔드는 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여야가 수치 명시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에 대해 “세금폭탄”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심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러한 만성적인 갈등상황이 개혁피로감으로 이어지지나 않을지 적잖은 우려를 낳고 있다.

 더욱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연금개혁논의가 득표만을 위한 정치적 이슈에 함몰되어 퇴색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연금개혁에 반감을 드러내는 수많은 이해당사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무늬만 개혁하거나 구조적인 어려움을 빌미로 삼아 아예 개혁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안이 많은 비판과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개혁 합의안은 연금을 위해 내는 보험료율은 현행 7%에서 5년간 9%로 인상하고, 지급률은 향후 20년간 1.9%에서 1.7%로 하향조정을 핵심적인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공무원들이 30년 재직 뒤 받는 수령액은 현재보다 다소 낮아지게 된다. 물론 공무원연금을 개혁하지 않고 현재 상태로 갈 경우보다는 그 적자폭이 줄어들겠지만, 그러나 그 효과가 미비해 공무원연금 적자를 보전하는데 여전히 엄청난 규모의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 구조다. 이와 관련 연금전문가들은 적자보전액이 이번 정권에서 남은 2년간 4조원, 차기(2018~ 2022년) 정권에서는 14조원, 차차기(2023~2027년) 정권에서는 30조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라는 예측치를 제시하며 연금개혁의 난맥상을 지적하고 있다. 과연 무엇을 위한 연금개혁인지 그리고 누구를 위한 연금개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발 더 나아가 국민연금으로 불똥이 튄 개혁논의는 과연 현 시점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가장 본질적인 논의인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결고리를 논외로 한다 해도, ‘개혁’이라는 명분에 따라 국민연금의 명목 소득대체율을 낮췄다가 다시 상향조정하는 경우는 없을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로 하향조정 했던 것은 2007년 노무현 정부가 단행한 강도 높은 개혁 아니었는가? 현 시점에서는 명목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보다 납부 예외를 줄이고 가입기간을 늘리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본다. 한마디로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가입대상자들이 좀 더 나은 연금수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공무원연금개혁으로 촉발된 연금개혁이 방법론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면 그것은 ‘연금개혁’이 아닌 ‘연금개악’일 수밖에 없다. 공무원연금개혁은 국민연금은 물론 직역연금인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개혁을 궁극적인 목표로 설정한 개혁과제가 아닌가? 연금개혁에 대한 저항과 도전이 거센 만큼 이에 대한 준비와 응전은 치밀하고 많은 인내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 시작한 연금개혁인 만큼 그 결과 또한 그들의 몫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러한 일련의 개혁과제들이 힘을 받아 앞으로 나아가려면 첫 단추를 잘 끼어야 한다. 이제 그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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