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것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것들!
  • 이신후
  • 승인 2015.05.1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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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누구나 지금보다 더 잘 사는 것에 관심을 가집니다. 더 잘사는 것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지금보다 더 많은 여행을 하는 것을, 또는 지금보다 더 비싼 물건들을 살 수 있는 것이 지금보다 더 잘 사는 것의 기준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의 목표는 하나입니다. 나 자신이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한국의 GDP가 2만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과거 1만 달러 시대에는 2만 달러를 돌파한다면 한국의 모든 것들이 더 나아질 것처럼, 그것이 우리 모두의 목표이자 사명인 것처럼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이제 과거 우리의 꿈이던 GDP 2만 달러의 시대가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정말 행복합니까? 정말 더 나아졌을까요?

 우리는 그동안 더 많은 것을 가지고, 더 좋은 것을 가지는 것이 잘사는 것이라는 사회 통념에 갇혀 더 높은 곳을 향해서만 고개를 들고 살아왔습니다. 학교에서 물질만능주의의 부작용에 대해 배워왔음에도 정작 사회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물질의 풍요를 쫓아가는 우리를 발견하곤 합니다.

 한때 정부에서는 GDP가 2만 달러를 돌파하면 한국의 많은 것들이 바뀔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GDP는 국내 총생산량을 이르는 말이지 국민 개개인의 소득이 2만 달러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그것을 한국의 평균으로 알고 그것에 맞추기 위해 신기루와 같은 것을 쫓고 있습니다. 결국, 눈앞에 보이는 것들이 행복의 지표인 것처럼, 그렇게 알고 달려온 우리는 정말 괜찮은 것일까요?

 숨 가쁘게 달려오는 만큼 우리는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쳐 온 곳에는 사람들이 고통과 고난에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하루에 한 명꼴로 사라지거나 죽는 아이들, 가정폭력과 학교폭력에 노출된 사람들, 납치와 같은 범죄에 노출된 사람들이 바로 그림자에 존재하는 약자들입니다. 그런 약자들이 아직도 우리 주위에 관심과 배려에서 멀어진 상황에서 GDP 2만 달러는 얼마만큼의 가치를 가질까요?

 이러한 일은 비단 한국만이 아닙니다. 세계 곳곳에서는 아직도 전쟁과 테러가 자행되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소년병으로 차출되어 전쟁터에 내몰리고, 무자비하게 성폭행에 노출되어 어린 나이에 임신한 소녀들이 제대로 된 교육의 기회를 얻지도 못한 채 어머니가 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네팔의 강진과 같은 천재지변으로 사람들을 죽고 다치며, 많은 아이들에게서 부모와 형제·자매를 앗아가고 있습니다. 화려한 현대 사회의 이면에는 이러한 비극들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비극이 우리 곳곳에서 일어나는 한 우리는 결코 잘 사는 게 아닐 것입니다.

 인디언들은 때때로 달리는 말을 멈추고 잠시 여유를 갖는다고 합니다. 말이 빨리 달렸기에 미처 따라오지 못할 자신의 영혼을 기다려주기 위해서입니다. 빨리 달려왔기에 미처 챙기지 못한 것들을 기다리고 보듬어줄 수 있는 여유, 그러한 여유를 두고 우리는 ‘착한 성공’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착한 성공을 위해 우리에게는 이웃에서 일어나는 가정폭력을 집안사정이라 모른 척하지 않고 기꺼이 그 집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용기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네팔 지진 사태와 같이 고통과 고난이 있는 곳에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뻗어줄 수 있는 배려와 관심을 마음에 품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진정 잘 사는 것일 겁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시리아와 같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그로 인한 고통들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의 비극과 억울함에 함께 분노해 줄 수 있는 넓은 시각을 가지는 것이 진정 잘 살아가는 삶을 향한 방향일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해질 때 우리는 세계 속의 시민으로서, 주체적인 세계 시민으로서 진정한 세계화를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요?

 이신후<전북디지털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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