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산업, 경북도는 상생 방향 찾아야 한다
탄소산업, 경북도는 상생 방향 찾아야 한다
  • 현 준
  • 승인 2015.05.0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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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는 음력 삼월 십사일 봄밤이요 장소는 빼어난 경치로 이름난 대동강변이다. 평양 팔경 가운데 으뜸이 부벽루 달구경이라 했건만 달빛 아래 청춘 남녀 한 쌍의 그림자는 험악하기 그지없다. 쓰러져 흐느끼던 여자가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보지만 남자는 매몰차게 뿌리치며 발길질도 마다하지 않는다. 학생모를 쓰고 까만 교복을 걸친 청년은 급기야 여자의 허리께에 함부로 구둣발을 내지른다.” 과거 조중환의 소설「장한몽」에서 폭넓게 향유되었던 <이수일과 심순애>의 한 장면이다. 백 년이 넘은 이 이야기의 주된 흐름은 남녀의 사랑이야기 같지만, 그 저변에는 다이아몬드로 대변되는 물질에 대한 유혹과 순수한 사랑 사이에서 인간이 겪는 갈등이 있다. 바로 이것이 이 이야기가 오랫동안 회자하는 힘이 아닐까 싶다.

 다이아몬드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물질, 영원히 변하지 않는 물질로 누구나 탐내는 값비싼 물질로도 유명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주 밀도가 높은 탄소의 결정체다. 탄소는 미래의 육성산업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물질로 탄소원료에서 인조흑연, 탄소섬유,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등 탄소계 소재를 생산해 이를 항공기, 자동차, 디스플레이, 전기로 및 태양전지 등 고부가가치 제품생산에 활용하는 산업을 ‘탄소산업’이라고 부른다.

 전라북도는 이 탄소산업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예상하고 10년 전부터 탄소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작년 민선 6기 출범과 함께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탄소산업을 3대 전략적 특화사업으로 지정했으며 2013년에 준공된 효성 전주 탄소섬유공장이 탄소섬유를 국산화하는데 성공했고, 지난해 11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전북지역 중심의 탄소산업 생태계 조성을 선언하는 등 전라북도가 오래전부터 탄소소재산업 육성을 위해 투자했던 것들이 최근에 들어와 주목을 받고 빛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탄소산업은 중앙 정부의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140대 국정 과제에 ‘탄소소재의 독자 기술력 생산능력 확보’란 과제가 들어갔을 정도다. 탄소산업의 비중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탄소산업의 중요성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김중배의 다이아몬드를 탐내듯 경북도도 탄소산업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융복합 탄소성형 첨단부품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국가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 사업을 제안한 것이다. 이 사업은 구미 하이테크밸리에 66만1천㎡ 규모로 2016~2020년까지 총 5,000억원을 투자하는 국책사업으로 지난해 기재부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한 상태이며,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 탄소사업육성포럼을 개최하고 전문위원을 위촉하는 등 뒤늦게 정치력을 등에 업고 맞불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비슷한 사업을 명칭만 다르게 해서 국가 정책 투자가 분산될 경우 국제경쟁력 약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전주시의 3D프린팅 융복합센터 건립(210억원)과 구미시의 3D프린팅 부품소재 상용화사업(295억원)도 비슷한 사업의 예산이 분산된 사례이다. 사업중복과 예산 나눠먹기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정치적인 배경이 아닌 효율적이고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효성 전주공장에서 이룬 세계 3번째 탄소섬유 국산화 등 원천기술 우위를 가지고 있는 전라북도에 투자를 집중해야 할 수 있도록 경북도의 국가적 차원의 혜안이 필요하다. 한걸음 나아가 전북도와 전주시는 전주탄소기술원 국립화, 탄소산업지원육성특별법 제정 건의, 탄소산업연구조합 설립 추진을 통해 2020년까지 탄소기업 190개 유치, 매출 8조원, 일자리 2만1,000개를 목표로 한다.

 또한,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국내 탄소밸리 조성 및 탄소 산업의 저변 확대를 위해 효성 전주공장 내 부지에 ‘탄소특화창업보육센터’를 건립해 20여 개의 국내 탄소 강소 기업을 육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민선 3기부터 꾸준하게 투자한 결과이다. “올해를 탄소강국 허브 실현의 골든타임으로 생각하고 탄탄한 초석을 다지겠다”라고 공언한 송하진 전북도지사의 말처럼 그동안의 노력의 결실과 함께 열악한 전라북도가 다시 한 번 탄소산업을 계기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정·재계와 전라북도의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현준<중소기업중앙회 전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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