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누리예산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누리예산
  • 유장희
  • 승인 2015.04.30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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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사성어 중에 경전하사(鯨戰蝦死)라는 말이 있다. 즉, 강한 자끼리 서로 싸우는 통에 약한 사람이 그 사이에 끼어 아무 관계없이 피해를 입는 다는 말이다. 흔한 말로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의미이다.

 누리과정은 교육사업이라기보다는 복지사업 성격으로 만 3~5세를 대상으로 하는 유치원교육과정과 어린이집 표준보육과정을 통합한 공통과정으로 5세 누리과정은 2012년 3월부터, 3~4세 누리과정은 2013년 3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누리과정을 통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구분없이 동일한 내용을 배우는 것은 물론 부모의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국가가 모든 계층의 유아에게 교육비와 보육료가 지원되어 맞벌이 부부 등이 양육에 큰 도움을 받고 있음이 사실이다.

 대한민국 정국은 계속 시끌시끌하다. 세월호 정국에 이어 공무원 연금 개혁논란, 노사정 협상결렬, 성완종 리스트파문, 국무총리사퇴 사태, 위정자들의 끊임없는 거짓술수 등 국민들은 머리가 지끈지끈하고 뒷골이 당길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 최초로 전북교육청과 강원도교육청이 어린이집에 지급하는 4월분 운영비 지원이 중단되는 사태가 현실로 나타났고 이달 11일 지불시한인 보육료 역시 지급이 중단될 위기에 놓여있다. 정부가 시·도교육청에 누리예산을 떠넘기면서 갈등은 예상되었으나 정부는 물론 정치권까지 수수방관하였고 전북교육청은 누리과정 문제는 정부의 책임인 만큼 지원하지 않겠다고 공식선언한 상태이다. 필자가 아는 몇몇 어린이집 원장들은 만일 지원이 중단되면 운영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괜한 소리가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다.

 지난 27일 전라북도에 따르면 전라북도 교육청이 올해 어린이집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을 3개월분만 편성하여 4월분 지급일자인 지난 4월 25일 15억 4,000만원의 운영비 미지급 사태가 현실화되었다고 한다. 특히 이달부터는 전국적으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국민들은 바라보는 것이다.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이 10대 복지공약으로 내세운 현 정권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정부가 책임을 지고 근본적인 지원방안을 반드시 강구하여 해결하여야 할 책무가 있다.

 정부는 목적예비비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하고도 구체적인 지역별 배분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4월 중 개정될 것으로 예상하였던 지방재정법 개정안은 엊그제서야 여·야가 누리과정예산을 마련하기 위한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가결하긴 했으나 해당 법안은 2017년 12월 31일까지 2년 6개월 동안만 법의 효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누리과정예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확실한 근원처방이 없는 한 앞으로도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놓고 심각한 대립과 갈등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교육청은 “누리과정은 정부의 몫”이라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어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어린이집 어린이와 학부모들이 입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예산을 누가 줄 것이냐에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동안 누리과정으로 지원을 받아왔던 많은 직장맘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교육현장에서도 어수선한 분위기로 과연 올바른 교육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정부가 여성인력의 사회적 진출 확대와 더불어 경력단절을 해소하고자 많은 정책을 내놓는 상황에서 흐름에 역행하는 누리과정 예산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현 정부의 어이없는 실책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정부는 목적예비비를 하루속히 집행하여 직장맘들이 마음 편히 아이를 맡기고 직장에 전념하여 일·가정 양립을 이룰 수 있도록 조속한 대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은 국가차원의 사업으로 국가 미래를 위한 중요한 투자로써 출산율 증가와 여성의 사회참여와도 밀접하다 할 것이며 또한 직장맘의 경력단절을 사전에 예방하고, 다음 세대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이 꿈과 희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공정한 보육·교육 기회를 당연히 보장함으로써 어린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누리예산의 완전한 해결방안을 촉구한다.

 유장희<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전북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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