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문화, 공동체와 사회적 경제의 출발점
광장의 문화, 공동체와 사회적 경제의 출발점
  • 원도연
  • 승인 2015.04.27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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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X 호남선이 개통되면서 이용객이 크게 늘고 있다. 전북도의 발표에 따르면 전년대비 익산역은 48%, 전주역은 52%의 이용객이 늘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실제로 KTX를 이용해 본 사람들의 반응은 놀라움과 신기함이다. 익산-서울간 이동이 불과 1시간 남짓 걸린다는 사실은 새삼스럽게도 교통혁명을 실감하게 해준다. 아마도 시간이 지날수록 철도교통의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이제 문제는 이렇게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뭔가 지역사회가 가시적이고 직접적인 변화를 도모해야 할 때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익산역과 전주역의 광장은 마음껏 재미있는 상상을 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나라에서 광장은 비교적 낯선 개념이다. 우리 전통도시가 광장을 중심으로 형성되지 않았고 엄격한 신분사회에서 시민적 참여를 의미하는 광장문화는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굳이 있었다면 경복궁 대궐 앞에서 선비들이 올리는 복합상소의 기억 정도가 광장문화에 대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알다시피 광장은 로마에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전쟁에 이기고 돌아온 황제를 기리기 위한 정치적 공간이었다가, 이후에는 종교적 역할이 커졌다.

 어떤 목적이든 광장은 도시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광장을 중심으로 시가가 형성되고 교통이 발전하는 외형적 역할 뿐만 아니라 사회가 결속되는 효과도 있었다. 그래서 유럽과 유럽의 영향을 받은 남미의 도시들은 대부분 아름다운 광장문화를 갖고 있다. 광장은 시민들의 차별 없는 참여와 발언의 기회를 의미한다. 광장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행위들은 실로 축제의 요소가 된다. 광장에서 시민들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고 그 과정에서 도시를 대표하는 훌륭한 연설가를 발견하며 지역발전을 이끌 경륜가와 그들의 비전을 만났다.

 광장에서는 정치와 의례와 재판과 상업과 축제가 벌어졌고, 그 결과로 민주주의와 토론, 상업과 번영, 공공성과 공동체의 질서를 낳았다. 한국의 광장문화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은 역시 2002년 월드컵의 열광이었을 것이다. 그 순간 나는 국가가 되었고 우리 모두가 공동체라는 환희를 경험했다. 이 광장이 최근에는 사회적 연대와 협동의 장으로서 역할을 더하고 있다.

 영국의 성공적인 창조도시로 꼽히는 런던의 해크니 지역은 2006년 영국에서 가장 살기 나쁜 곳 1위를 차지한 악명높은 곳이었다. 그러나 런던의 새로운 시장이 2002년부터 공공 공간 100대 개발 프로젝트를 제시하면서 이 광장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노숙자와 마약중독자들로 어지러웠던 도시에 먼저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연과 공연장을 배치했다. 주말마다 광장에서 거리공연과 전시회가 열리고 뮤지엄이 들어서면서 광장에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지역대학에서는 시와 사회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시민들에게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시민들은 그냥 즐기기 위해서도 모였지만 다양한 생활용품들을 직접 맞교환하고 생필품들을 값싸게 구입하는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해크니의 시민들은 광장에서 만들어진 연대감을 통해서 그 지역의 공동체를 복원해 가는 중이다. 광장이 살아나면서 주변의 문화공간과 장소들도 그야말로 핫한 문화거리가 되었다.

 우리에게는 익숙지 않은 광장문화는 사람들을 만나게 하고 만남을 통해서 공동체의 정신과 운명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깨닫게 해준다. 전주와 익산의 KTX 역사 광장은 도시에서 보기 드물게 열린 공간이다. KTX 광장에 주말마다 멋진 공연무대가 만들어지고 익산과 전주의 아름다운 수제 공예품과 패션주얼리 상품들이 전시되어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만들어주며, 시민들이 직접 꾸미는 번개시장이 만들어지면 광장은 머지않아 훌륭한 관광명소가 될 수 있다.

 서울에서 1시간 남짓의 도시에 멋지고 즐거우며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기념품들이 넘쳐나는 광장이 있다는 것은 서울의 젊은이들을 전북으로 이끄는 힘이 될 것이다. 이러한 만남과 협동이 빈번해지면 그 도시는 공동체로서의 존재감이 높아지고 그것은 곧 도시발전을 위한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원도연<원광대교수/문화콘텐츠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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