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함께 하는 시사경제] 마이너스 금리
[한국은행과 함께 하는 시사경제] 마이너스 금리
  • 이수향
  • 승인 2015.04.21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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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고, 돈을 빌리면 이자를 내야 한다. 그런데 돈을 맡기면 이자를 내고, 돈을 빌리면 이자를 받는 세상이 온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대출을 받아 다른 곳에 투자를 할 것이고 은행에 쌓아두는 돈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것도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주요 선진국에서 말이다.

작년 6월, 유럽의 중앙은행인 ECB는 경기 침체 우려가 지속되자 은행의 적극적인 대출 유도를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였다(ECB 공식홈페이지에 가보면 -0.2%라는 숫자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마이너스 금리는 일반인과 기업 예금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고,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예금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일반적인 예금과 대출에까지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된다면 사람들은 앞다투어 돈을 인출할 것이고 은행이 부도를 내는 등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은 규정 이상의 돈을 가지고 있으면 중앙은행에 돈을 맡겨야 하는데, 시중은행이 필요 이상의 돈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하여 마이너스 금리로써 ‘벌칙금’을 가하는 것이다.

유럽의 중앙은행뿐만 아니라 재무부에서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최근 스위스 정부는 10년 만기 국채를 세계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0.055%)에 발행하였다. 이미 독일 등 유럽의 몇 국가들은 단기 국채를 마이너스 금리에 발행한 적은 있지만, 국채 중 가장 거래가 활발하고 시장 규모가 큰 10년 만기 채권(게다가 안전자산이라고 인식되고 있는 스위스 국채가)이 마이너스 금리에 발행된 것은 상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누가 이자를 지급하면서까지 국채를 사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앞으로 금리가 현재보다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어 입찰 실적이 저조하지 않았다고 한다.

단순화하면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제외한 값이다. 명목금리가 마이너스라도 물가가 더욱 크게 하락한다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가 아닐 수도 있다. 이처럼 국제금융시장은 경기 침체 및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이를 ‘금리의 하한선은 0%’라는 통념을 깨며 증명하였다. 금리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이 안에 담긴 수많은 정책 결정자, 관련 기관 및 투자자들의 생각이 무엇인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국은행 전북본부 기획조사팀 조사역 이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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