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당선된 조합장에게 바란다
새로 당선된 조합장에게 바란다
  • 황의영
  • 승인 2015.04.0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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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11일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농림어업인의 뜨거운 관심 속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농?축협 1,109개, 비회원 6개, 수협 82개, 산림조합 129개 등 1,326개 조합에서 조합장이 모두 뽑혔다. 이번 전국동시선거는 개별적으로 치러지던 종전과는 달리 전국민의 관심을 불러 모으며 공명선거문화의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전국조합장동시선거의 투표율이 80.2%라고 밝혔는데 이는 농림어업인이 이번 선거에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먼저 조합장 당선자들에게 축하를 드리며 앞으로 조합운영에 대하여 몇 마디 부탁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먼저 협동조합을 화합의 장(場)으로 만들어야 한다. 선거는 반드시 승자가 있고 패자도 있다. 승자는 패자를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주고 품어야 한다. 특히 협동조합은 상조상부(相助相扶)적 단체로 조합원의 화합과 단결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조합원이 승자와 패자의 지지자로 갈려 갈등(葛藤)과 반목(反目)하면서 시시콜콜 집행부를 비방하고 민원이나 제출하면서 딴죽이나 걸고 훼방을 놓는다면 조합의 발전은 요원(遙遠)할 것이다. 당선자는 승자로써 아량을 베풀어 어떻게든 낙선자를 조합 운영의 훼방꾼이나 방관자가 아니라 적극적 참여자로 만들어야 한다. 모든 조합원이 하나로 뭉쳐 조합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조합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다음으로는 직원들이 천직의식(天職意識)을 갖고 조합원과 고객을 위하여 열심히 일 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하여야 한다.

직원들은 통상적인 월급쟁이다. 월급쟁이는 소명의식이 없으면 편한 것을 추구하고 힘든 일은 멀리한다. 그들에게서 구도자(求道者)적 근무 자세를 기대할 수는 없다. 조합의 최고 어른으로서 앞장서서 솔선수범하며 모범을 보이고 직원들이 따라오도록 해야 한다. 일방적인 지시나 강요만으로 감흥(感興)을 주어 상대의 행동을 변화시키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울 것이다. 용기를 주고 격려하여 직원들이 신바람이 나서 일하게 해야 한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죽을 둥 살 둥 모르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되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조합은 경영체이다. 조합장은 조합의 최고책임자로서 경영을 잘하여 조직의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 조합원과 고객의 재산을 맡아 운영하는 협동조합이라면 조합장은 더더욱 책임이 무거울 것이다. 자산운용을 잘하여 조합원과 고객의 재산을 늘려줘야 한다. 윤리경영·투명경영으로 조합의 대외신인도를 높여야 한다. 경영에는 로또(lotto)가 없다. 한 방에 해결되는 홈런(home run)도 없다. 조합경영에서는 일확천금을 누리는 투기성 경영은 절대금물이다. 한 걸음, 한 걸음 열심히 오르다 보면 한라산 백록담에도 오르게 되는 것이다. 특히 조합원의 인기에 영합하는 전시적(展示的) 사업이나 무리한 고정투자는 조합장이 금기해야 할 계율 중에 으뜸일 것이다.

다음으로, 생산자 협동조합의 경우, 조합원의 소득을 올려주는 작목을 집중적으로 육성하여야 한다. 협동조합은 경제적 단체다. 구성원인 조합원들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를 향상시켜주는 것이 제1의 덕목이다. 조합은 적어도 1개 이상의 특화작목을 육성하여 작목반을 구성하고 집중 지원하여 조합원들이 돈을 벌게 해줘야 한다. “꿩 잡는 게 매다”라는 얘기가 있다. 꿩을 잡기 위해서 매를 훈련하고 기르는 것이지 매가 꿩을 잡지 못하면 매를 키우는 의미가 없다. 조합원에게 돈을 벌어 주지 못하는 조합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말일 것이다. 다음으로 생산자 조합은 조합원이 생산한 생산물은 조합이 다 팔아주어야 한다. 조합원 개개인은 시장교섭력이 없다. 조합원은 시장에 대한 정보도 어둡고 판매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감내(堪耐)할 여유도 없다. 생산과 판매에 정력을 분산시키면 그만큼 경쟁력이 뒤질 수밖에 없다. 협동조합의 전신인 중세 유럽의 길드(guild)도 조합원의 경제력을 증대시키기 위하여 협동생산, 공동판매를 통하여 시장 교섭력을 증대시켰다.

다음으로 조합원의 노령화 속도가 매우 빠른 요즈음 조합원의 건강과 부동산 등 재산 관리에도 관심을 가지고 조합에서 적극 도와주어야 한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은 물론 일정한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전화나 가정방문을 통해 홀로 사는 조합원의 안부를 묻거나 말동무가 되어 주는 사업 등 노후 조합원의 삶의 질 향상에도 조합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 조합원의 부동산이나 가옥의 매매, 임대차 등 조합원의 부동산 관리에도 조합의 여력을 보탰으면 한다. 찾아보면 이 밖에도 조합원을 위한 사업은 많을 것이다. 조합의 여건 안에서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기를 바란다.

 조합장이 어떤 생각을 하고 조합 경영에 임하느냐에 따라 조합원을 최고로 섬기는 복지조합이 되기도 하고 일반적인 평범한 조합이 되기도 할 것이다. 조합장은 조합의 최고경영자다. 최고경영자는 막중한 권한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권한보다 더 크고 무거운 의무를 가지고 있음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퇴임하는 그날까지 권한보다 책임이 더욱 막중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한시도 잊지 말기를 바란다. 퇴임 후에도 조합원의 뇌리 속에 오래 기억되는 조합장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황의영<전북대 무역학과 강의전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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