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국제공항시대를 열자]<4> 투자유치 좌절의 역사
[새만금 국제공항시대를 열자]<4> 투자유치 좌절의 역사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5.04.01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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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북 기초단체 투자유치 파트에서 일했던 40대 중반의 L씨. 그는 일본기업 투자를 끌어내려다 낭패를 봤던 5년 전의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털이 곤두선다.

 성실하기로 소문난 그는 일본 큰손의 국내 상륙 정보를 입수한 후 직접 전화를 걸어 간신히 전북 방문을 성사시켰다. 잘만 하면 기계산업 분야에서 대규모 신규투자를 유치할 수 있어 흥이 절로 났다. 뜨거운 7월의 한여름에 이틀 동안 극진히 모셨고 마지막 사인만 하면 300억 원 이상의 투자가 전북에 들어올 예정이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귀국하려던 일본 투자자가 갑자기 한마디 물었다. “그런데 일본서 전북까지 직통하는 국제선을 타면 얼마나 걸리죠?” L씨의 머릿속이 갑자기 하얗게 변했다. “그것이…. 국제선은 없고 인근 지역 국제공항을 통해 오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이번엔 일본 투자자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 찬기운이 감돌았고, 수일 후 L씨는 “없던 일로 하자”는 투자거부 의향을 팩스로 받아야 했다. 국제공항이 없어 300억 원이 날아갔던 사례다.

 #2: 공항이 없어 투자를 끌어내지 못하는 ‘빈곤의 악순환’은 이뿐이 아니다. 세계 43개국 200여 명의 재무관료가 참석하는 ‘아셈(ASEM) 재무차관회의’가 무주에서 열렸던 2007년 6월의 실화다.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일부 재무차관들은 공항 밖에 대기하던 소형버스에 올라탔다. 그런데 서울에서 퇴근시간 러시아워와 맞물려 좀처럼 서울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간신히 수도권을 벗어나 충청권으로 달리던 버스 안에서 “스톱!” 소리가 들렸다. “비행기 타고 한국 오는 데 2시간밖에 안 걸렸는데, 한국에서 다시 버스로 2시간 이상 가야 합니까? 공항 없습니까?” 버스 밖에선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화가 난 일부 재무차관은 버스를 돌리라고 야단을 쳤다. 국제공항이 없어 톡톡히 설움을 당한 순간이었다.

 #3: 두 사례는 전설처럼 들리지만 지금도 현실로 반복되고 있다. 전북도는 새만금에 복합리조트를 조성하기 위해 최근 백방으로 뛰고 있다. 문광부가 추진 중인 이 사업은 전북과 경남, 제주, 인천 등 지역마다 군침을 삼키는 사업이다. 전북은 한중 경협단지 조성과 맞물려 선점할 논리도 갖췄다. 하지만 이번에도 국제공항이 발목을 잡을 우려를 낳고 있다. 한 외국계 자본은 새만금을 둘러보며 “원더풀~”을 외쳤지만 “그런데 공항이 없어서…”라고 말꼬리를 흐리더니, 연락이 없다는 후문이다.

 국제공항은 낙후지역에 희망을 줄 수 있는, 균형발전을 촉진할 대표적인 SOC다. 국내외 기업들을 끌어오고, 이들이 공항 배후부지를 개발해 토지이용의 고도화까지 꾀할 수 있다. 경제 전문가인 국회 이상직 의원(전주 완산을)은 “국제공항 건설이야말로 한 지역 경제 전반에 훈짐을 불어넣을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경제적 타당성을 따지기 전에 국가 차원에서 불균형 해소 정책의 하나로 특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북과 같은 낙후지역에 세계화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앙정부의 할 일이자, 창조경제의 물꼬를 터주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상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항은 복합리조트 등 다양한 사업을 끌어오는 시너지 창출의 근원이 될 것”이라며 “타당성의 함정에 빠져 국가 불균형을 심화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국제공항이 없어 전북이 퇴행의 길을 걸었던 어둠의 역사를 바꾸려면 정부 차원에서 새만금 국제공항을 5차 계획에 신속히 반영하고, 과감히 국가시책으로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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