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혁, 지역주의 완화·지역대표성 강화 관건
선거제도 개혁, 지역주의 완화·지역대표성 강화 관건
  • 김남규
  • 승인 2015.03.2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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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일 호남고속철도 문제가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코레일과 산자부의 오락가락한 정책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충청권과 호남권의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해야 하지만 논란의 배경에는 충청권의 정치적 발언권이 커진 배경을 무시할 수 없다. 거꾸로 말하면 우리 지역의 정치적 발언권과 영향력이 작아졌다는 말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지역의 정치적 대표성 약화가 제도적인 면에서도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국회의원선거구 인구편차를 2:1로 줄이라는 판결로 지역 국회의원의석수 축소가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지난달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개법개정 의견에서 ‘권역별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였는데 이 역시 지역구 의석수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차이면서 지역이 점점 더 찬밥신세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누가 밥상을 차려주겠는가?

 지역에서 살면서 느끼는 위기감으로 바라보면 헌재와 중앙선관위의 논리는 ‘수도권 이익’을 대변하는 ‘수도권 지역주의 연합’으로 보인다. 인구 비례로 선거구와 의석수를 획정한다면 대한민국의 인구 절반이 살고 있는 수도권의 의석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역의 위기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지역은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모든 기회와 조건에서 배제되고 소외되었다. 기회의 평등, 조건의 평등이 수반되지 않는 대한민국 지역민들의 삶은 불공정 그 자체가 되었다. 단순 인구비례만을 고집하는 것은 ‘투표가치의 평등성’이 아니라 ‘불평등의 심화’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중앙선관위의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은 그동안 논의조차 힘들었던 권역별비례대표제를 사회적 논의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우리사회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주의’를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환영할 일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민주주의 원칙에도 부합된다. 비례대표제를 확대함으로써 사표를 줄여 ‘투표가치의 등가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정치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비례대표가 권역단위로 선출되기 때문에 지역 대표의 성격을 갖는다. 이제까지 중앙정치에 줄 세우고 지역 문제를 외면해온 정치폐해를 극복하고 지역정치를 복원하고 활성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단순 인구비례로만 의석을 배분할 경우 소도시 지역의 의석수가 현저히 줄어드는 문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비례의석이 많을수록 제도의 효과가 커진다는 점에서 비례의석을 확대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권역별비례 명부를 누가 어떻게 작성하느냐 문제 역시 중요한 과제이다. 중앙정치 유력자가 명부 작성을 좌지우지한다면 구태정치와 달라질 게 없다. 권역별비례대표제는 정당 내부의 민주화가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논의가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정의당 심상정의원이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서라도 비례대표제를 확대하자는 의견을 낸 것에 박수를 보낸다. 국민의 정서로 볼 때 의원정수를 확대하자는 주장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개혁은 정치적 기득권을 하나 더 내려놓는 것, 그리고 지금보다 한발 더 나아가 국민들이 처한 현실을 하나라도 더 개선할 수 있는 정치를 만들어내는 것이어야 한다. 간판만 바꿔가며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유지시켜온 제도를 바꾸는 것, 승자독식-지역분할-지역독점정치의 기득권을 내려놓게 하는 것, 비교와 경쟁이 가능한 지역정치를 만들기 위해 권역별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지역정당을 만들어 소수세력이 풀뿌리 지방정치에 참여하고 정치적 다양성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정당법을 개정하는 것 역시 당면한 정치개혁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

 김남규<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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