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차쉐프와 문화산업
‘삼시세끼’ 차쉐프와 문화산업
  • 원도연
  • 승인 2015.02.2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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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면 날마다 텔레비전에는 온갖 요리의 성찬이 벌어진다. 프로그램에 나오는 된장국 하나도 텔레비전으로 보면 예사롭지가 않다. ‘삼시세끼’에서 차쉐프가 죽과 무침을 만들었던 거북손은 방송 이후 전국적으로 동이 났다. 차쉐프 뿐만 아니라 방송마다 나오는 멋진 쉐프들은 문화산업 종사자인가 아닌가?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 쉐프들이 문화산업 종사자라는데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동네 해장국집의 솜씨 기가 막힌 욕쟁이 할머니도 문화산업 종사자인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멋진 쉐프들의 직업은 한국표준직업분류의 중분류상 ‘44 조리 및 음식 서비스직’ 종사자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한국을 빛낸 디자이너 앙드레김이 문화산업 종사자이자 문화예술인이라는 데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 앙드레김도 직업구분은 ‘72 섬유의복 및 가죽관련 기능직’ 종사자이다. 세계적인 명품 페라가모의 주인공 페라가모는 구두공이였다. 그도 역시 ‘72 섬유의복 및 가죽관련 기능직’ 종사자이다.

 표준직업분류는 말 그대로 직업에 대한 법적구분을 통해 고용과 산업발전을 위한 다양한 통계를 생산하는 데 쓰인다. 따라서 문화산업이라는 추상적 범주가 반드시 직업적으로 분류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 유행하는 힐링산업이나 감성산업 등이 직업적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다. 문화산업이 창조산업으로 넘어가면 더 복잡해진다. 창조계급의 이론가 리처드 플로리다는 창조적 계급을 더 복잡하게 열어 놓았다. 그가 창조성의 정서적 기반으로 사랑해 마지않았던 보헤미안들은 아예 직업적으로 규정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문화의 시대’를 운위한 지 이미 오래고 문화산업이 미래의 산업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직 문화산업은 직업적으로 명확한 탄착군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여러 곳에서 필요성과 효용을 절감하고 있는 ‘문화기획자’ 역시 직업적으로는 명료하지가 않다. 이 문제는 특히 청년들과 이야기할 때 답답해진다. 문화산업이 미래의 산업이고 문화기획이 유망하다고 말하고 나서, 그럼 무엇을 목표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를 물으면 대답이 막막해진다. 문화예술인에 대한 정의는 비교적 명확한 편이지만 문화산업과 문화기획 분야는 여전히 초보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다.

 물론 문화산업진흥법에 의하면 ‘문화산업이란 문화상품의 기획ㆍ개발ㆍ제작ㆍ생산ㆍ유통ㆍ소비 등과 이에 관련된 서비스를 하는 산업을 말하며,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되어 있고, 각 목에는 영화, 비디오, 음악, 게임, 출판, 인쇄, 정기간행물, 방송영상, 문화재, 만화, 캐릭터, 애니메이션, 에듀테인먼트, 모바일문화콘텐츠, 디자인, 광고, 공연, 미술품, 공예품과 관련된 산업 등등이 포함되어 있다.

 지금의 문화산업에 대한 법적, 직업적 범주는 날로 발전하고 변화하는 문화산업의 개념과 내용을 담아낼 수 없다. 문화예술의 각 영역에서 필요성을 절감하는 기획자들의 직업적 범주화도 이제는 시도할 때가 되었다. 기획이라는 말이 일상적인 용어가 되고 기획자의 활동영역도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변화들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직업적으로 구분되는 것은 문화산업 종사자들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데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들이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문화예술의 경쟁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미래의 문화산업을 만들어갈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문화산업 종사자들의 직업적 범주를 정하고 그에 맞는 지원 프로그램을 적절하게 가동해야 지역문화산업은 성장할 수 있다.

 전라북도는 문화산업이 가장 크게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을 가진 지역으로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시민들의 문화적 감성과 자부심이 다른 도시에 비해서 매우 높고 그만큼 문화산업에 대해 관대하다. 적어도 이 도시에서는 문화가 좋아서 문화인력으로 사는 인생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격려하는 사회문화적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일을 시작할만한 곳이 여기 말고 또 어디에 있겠는가.

 원도연<원광대교수/문화콘텐츠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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