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이미지업과 민관거버넌스
전라북도 이미지업과 민관거버넌스
  • 김진태
  • 승인 2015.02.2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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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우수와 더불어 겨울이 지나고 바야흐로 새봄이 다가왔다. 겨우내 웅크렸던 만물이 새로운 에너지를 잔뜩 머금고 약동하기 시작하는 시기다. 메말랐던 가지에서 싹이 트고 다른 종들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한 조용하고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자연의 생물들이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 사람들도 산으로 들로 건강을 위한 노력에 한층 열기를 더해간다.

 봄철이면 고로쇠가 성수기를 맞이한다.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는 고뢰쇠물의 효험을 홍보하는 지역만도 부지기수다. 인지도가 높은 지역뿐만 아니라 별로 이목을 끌지 못하는 지역에서조차 이맘때면 고로쇠물이 넘쳐날 정도다. 예로부터 양약은 입에 쓰고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했다. 건강이 여의치 않은 상태에서는 모든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될 거라 믿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유용한 성분과 간절함이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그렇지만, 필요이상의 섭취는 별무 소용일 것이다.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되고 생활패턴이 변함에 따라 우리의 식생활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초래되었다. 간단한 서양식 아침식사, 건강을 위한 선식, 기타 다이어트를 위한 나름의 레시피에 기반한 식이요법 등 매우 다양한 형태들이 알려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김치를 비롯한 계절별 반찬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 해외에서 오랫동안 생활해도 잊지 못하는 고향의 맛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생물이 가지는 기본적인 본능에 가깝다.

  알껍질을 깨고 세상에 나온 오리류가 움직이는 물체를 처음 접하고 어미로 인식하는 각인과 같다. 우리들의 성장과정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김치나 나물 등 반찬류는 지역마다 맛에서 약간 차이를 보일망정 근본적인 종류는 크게 다르지 않다. 계절별 채소류, 야채류 소비가 지역별로 비슷한 이유다.

  시설작물을 비롯한 시설재배 기술향상으로 인해 한겨울에도 구매 가능한 여름철 채소를 비롯한 계절별 특징을 가지는 나물이나 야채류를 연중 상시로 접할 수 있다. 이는 전반적인 수요가 유지된다는 의미이며 또한 공통적인 입맛과 구매가 형성된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고랭지 채소가 값을 더 받고 청정이미지가 좀 더 강하게 형성되는 것은 단지 그 자체가 가지는 성분보다는 여타 요소가 좀 더 작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전라북도가 강조하는 농촌, 농민 그리고 농업의 요소에서 자연생태적이며 환경적 요인에 대한 이미지 구축이 필요하다. 청정이미지와 청정지역에서 깨끗한 야채류와 작물이 생산되고 유통된다는 이미지 형성이야말로 많은 돈을 들여 제품을 홍보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전라북도 자연의 다양성은 익히 알려졌다. 그러나 여전히 강원도의 산골이미지에서 오는 청정함과 친환경적인 이미지보다는 덜하다. 오염되지 않은 들녘의 봄나물은 마찬가지일망정 어느 지역에서 채취했느냐에 따라 선호도와 가격이 다르다. 지역이미지가 중요한 이유다. 따라서 대부분 전라북도민조차 미처 알지 못하는 진안고원이나 임실을 비롯한 동부산악권의 산골이나 특성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 단순히 지역적 낙후만을 비관할 것이 아니라 지역의 특징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주민이 중심이 되는 지역 자체 브랜드 개척과 협동조합이나 로컬푸드를 활성화하기 위한 사회적 기업으로의 관심과 지원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삼락농정이나 생태관광, 보건환경이 우수한 청정지역 이미지 형성은 그저 되지 않는다. 다양한 분야의 협조체제를 통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갖춰갈 때 비로소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난다. 전주 한옥마을의 경우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아파트가 들어서는 등 획일적인 도시개발이 진행되었다면 현재의 성과는 없었을 것이다. 전주천 역시 다른 하천처럼 기존방식대로 접근했다면 오늘날 전주천의 명성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전주천이나 한옥마을은 계획 초기부터 민관이 협력하고 고민하면서 서로 생각을 이해하고 함께 만들어 갔기 때문에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게 된 것이다. 지역주민의 고민하는 문제를 소홀히 하지 않고 상호간 고민하고 함께하는 정책이야말로 독특하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봄철 약동하는 생물처럼 소리없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경쟁력을 위해 민관이 함께 고민할 때이다.

 김진태<전라북도보건환경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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