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호철 시대 도래 <3> 수도권 빨대현상 최소화
KTX 호철 시대 도래 <3> 수도권 빨대현상 최소화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5.02.1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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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50대의 K씨는 최근 쇼핑을 위해 호남선 KTX를 타고 경기도를 다녀왔다. 외국계 기업이 문을 연 이곳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쇼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 마디로 깜짝 놀랐다. 쇼핑센터가 KTX 역사에서 멀지 않아 접근성도 뛰어났다. 전북 관련업계의 어려움이 생각나 구매하지 않고 그냥 내려왔다. 걱정된다."

 #2: 40대의 주부 L씨는 생필품 구매와 관광 차원에서 두 달에 한 번씩 수도권과 충청권의 아웃렛 매장을 간다. 친구들의 구매목록을 받아 한꺼번에 사들이는 양이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100만 원을 넘기기도 한다. L씨는 "호남KTX가 개통되면 역사 주변의 대형 매장을 찾을까 한다"며 "왕복 이용요금이 떨어질 것이란 계산도 나온다"고 말했다.

 K씨와 L씨의 말엔 올 4월에 개막하는 '호철 전북시대'의 위기를 담고 있다. 호남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경제와 문화, 관광, 쇼핑과 의료까지 수도권에서 해결하는, 이른바 '수도권 빨대 현상'을 재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빨대 현상(Straw Effect)'은 새로 개통되는 철도나 고속도로로 인해 도시 간의 거리가 가까워지며 작은 도시의 인구와 경제력이 모두 흡수되는 현상을 말한다.

 호철 개통은 전북과 서울을 1시간6분대로 좁혀 놓고, 각 분야에서 수도권으로 달려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빨대 현상을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호철이 개통되면 호남선과 전라선 이용객이 하루 6천 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서 문화나 관광, 쇼핑을 위해 수도권행(行) 고속열차 티켓을 사는 사람이 20%만 된다고 가정해도 하루 1천200명, 연간 40만 명을 웃돌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이들이 수도권에서 10만 원을 쓴다 해도 연간 400억 원 이상의 지역자본이 역외로 유출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된 지 5년 만에 대구에서 이런 현상이 심각하게 감지됐다. 대구경북연구원이 지난 2009년에 조사한 'KTX 개통이 대구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KTX가 개통된 후 대전과 대구 등 주요 정차 도시의 관광과 학술행사, 교육, 의료, 유통 등 6개 분야에서 서울이 최대 80% 이상 독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의료와 교육, 유통 부문의 수도권 빨래현상은 더 심각했다. 소규모 업체 매출도 KTX 개통의 역효과를 피하기 힘들었다. 같은 자료는 KTX 동대구역 주변 업체를 대상으로 매출액 변화를 살펴본 결과 응답업체의 62.0%가 "KTX 개통으로 매출 감소 등의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연간 매출이 늘어났다는 업체는 13.7%에 불과했다.

 지방 유통업계의 H씨는 "가장 큰 문제는 호철 역사의 대도시 개발 속도가 전북보다 빠르고, 수도권 쇼핑 환경이 지역보다 속도감 있게 변하는 점"이라며 "수도권 빨대현상은 일반적인 통계 분석보다 더 심각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식 통계로 다양한 분야의 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면 안 된다"며 "지금이라도 부정적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수도권 빨대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안과 오송, 남공주 등 충청권이 준(準) 수도권으로 편입해 수치상 분석 이외 실질적인 빨대 현상이 생각보다 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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