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총리카드는 묘수가 될 것인가
이완구 총리카드는 묘수가 될 것인가
  • 진성준
  • 승인 2015.02.05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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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20%대로 떨어졌다. 지난 연말 비선실세 국정농단 파동에 이어 올해 초 연말정산 파동과 국민건강보험료 개선계획 백지화 등을 거치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임과 기대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대통령에 취임한 지 이제 겨우 2년이 지나고 있을 뿐인데 조기 레임덕을 걱정해야 할 형편이 되었다.

 청와대와 내각 개편은 박근혜정부의 위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정국 반전 카드의 하나였다.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한 문고리 3인방을 쳐내는 한편 국민과 격의없이 소통하면서 국민의 의견을 대통령에게 가감없이 직언할 수 있는 인사를 국무총리로 발탁하는 등 전면 개각을 단행하는 일이 필요했다. 대통령이 그렇게 국정쇄신의 의지를 보였다면 지금과 같은 심각한 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은 정반대였다. 김기춘 실장과 문고리 3인방에 대한 신임을 표명하면서 그들에게 더 큰 역할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국무총리에 대표적인 친박 인사인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명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교육부총리에 이어 총리단 전체를 친박 인사로 채우고 만 것이다. 결국, 위기에 처한 박근혜 대통령이 친위체제 강화라는 승부수를 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악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내 생각이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결과가 이를 시사한다. 이완구 총리 차출로 공석이 된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친박의 이주영 의원과 ‘탈박’이라 불리는 유승민 의원이 경쟁하여 유의원이 상당한 표차로 원내대표에 선출되었다. 유 신임 원내대표는 경선 기간은 물론 그 이전에도 청와대의 기조와 상반된 입장을 거침없이 쏟아내었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의 의원들은 유승민 의원을 자신들의 대표로 뽑은 것이다. 한마디로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그만큼 청와대가 민심에서 멀어져 있다는 뜻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총리 지명 초기에 정치인 출신 총리를 환영하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흘러나온 것은 사실이다. 충청지역을 중심으로 기대감이 일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때문에 야당의 검증이 무뎌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었다. 특히 충청 출신 야당 의원들이 인사청문위원을 고사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그냥 봐주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완구 후보자에 얽힌 각종 의혹이 쏟아져 나오면서 양상이 사뭇 달라졌다. 무난하게 통과될 것이라는 초기의 예상과 기대는 사라지고 이제는 이러다가 혹 낙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여당 내에서 나오고 있다. 제기된 의혹들이 매우 엄중하고, 후보자의 해명이 오락가락하기 때문이다.

 후보자 자신과 차남의 병역문제나 부동산 투기 의혹, 논문 표절, 특히 1980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참여 전력 등은 과거 다수 총리나 장관 후보자들이 낙마했던 사유와 동일한 것이다. 의혹에 대한 후보자의 해명 역시 자꾸 말이 바뀌어 의혹이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이 후보자가 공개 검증을 자청했던 차남의 병역문제만 해도 그렇다. 현역 판정을 받았던 차남은 미국 유학 시절인 2004년 10월 축구시합을 하다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었다고 하는데,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2005년 2월에야 미국 병원에서 MRI를 찍고, 다시 5개월이 지난 2005년 7월 병무청에 그 결과를 제출해 재검을 받았다. 결과는 보충역 판정. 차남은 이에 불복해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MRI를 찍어 또다시 신체검사를 받았으나 이번에도 보충역 판정. 그 뒤 미국으로 건너간 차남은 2005년 12월 미국 병원에서 무릎 수술을 받고 2006년 2월 다시 신체검사를 신청해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 무릎 십자인대가 완전히 파열되어 복원수술이 필요한 심각한 부상을 입었는데도 1년이 넘도록 수술을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특별한 해명이 없고 MRI 등 관련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

 장인으로부터 물려받아 차남에게 넘겨주었다는 성남 땅에 대한 해명도 석연치 않다. 장인이 전원주택을 지으려고 구입한 것을 물려받았다는 것이 후보자의 설명이지만, 후보자 자신이 땅을 보고 다녔고 지인에게 구입을 권유하기까지 하는 등 투기 의혹이 다분하다. 강남의 타워팰리스 아파트 구입 경위도 꺼림칙하다. 12억원에 구입해 16억원에 팔았는데도, 공직자 재산신고서에는 6억원에 사고팔았다고 기재했다. 그마저 여러 번의 말 바꾸기와 거듭된 의혹 제기 끝에 나온 것이다.

 1980년 국보위 참여 전력도 마찬가지다. 그는 치안본부 기획감사과에 경정으로 근무하다가 국보위 내무분과위원회 행정요원으로 파견되어 일했다. 당시 내무분과는 사회정화분과와 함께 삼청교육을 추진했던 핵심 부서였다.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내무분과는 사전에 2만여명에 이르는 검거자 명단을 작성하고 검거계획을 수립했다. 내무분과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인사의 증언에 따르면, 이완구 후보자는 이광노 내무분과위원장의 보좌역을 했으며, 또 다른 제보에 따르면 사무관(경정급)은 상부의 지침을 받아 구체적인 계획을 기안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문서수발이나 연락업무 같은 단순 업무만 했다고 강변한다.

 인사청문회는 고위 공직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제도이다. 미국 등 선진 민주국가의 인사청문회에서는 후보자의 윤리·도덕성 문제는 거의 다루지 않고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데 주력한다. 도덕성은 고위 공직후보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 자격으로서 청문회에 오르기 이전에 철저하게 걸러지기 때문에 청문회에서 다룰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사전 검증시스템이 너무도 부실해서 사전에 걸러졌어야 할 도덕성 문제가 전혀 걸러지지 않은 채 인사청문회에 오르기 때문이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3선 국회의원에 충청남도지사까지 지내고 직전까지 새누리당의 원내대표로서 국회를 이끌었던 중진 정치인이다. 그래서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노란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이완구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과연 파란불일지 빨간불일지 지켜볼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던진 승부수, 이완구는 과연 묘수일까 악수일까.

 진성준<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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