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기업가 정신
디자인과 기업가 정신
  • 백승기
  • 승인 2015.02.0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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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이란? 시를 쓰고, 작곡을 하고,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것과 건축가가 건축물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행위 등을 말한다. 또한,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반찬을 만들고, 음식을 예쁜 용기에 담아 질서 있게 배열함으로써 행복한 식사를 하게 하는 일련의 행위이기도 하다. 그리고 화장을 하거나 걸 맞는 옷을 차려입는 것, 축구감독 슈틸리케처럼 좋은 선수를 발굴·지도하여 좋은 성적을 내는 일, 리더가 구성원의 역할과 비전을 다듬고 생산된 제품으로 하여금 소비자에게 구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기업가 정신 또한 디자인이라 할 수 있겠다.

 디자인은 작가의 주관적인 생각만으로 표현하는 아트(art)와는 상반되는 개념이다. 사용자로부터 요구하는 방향성을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변화시키며 창조적인 혁신을 해나가는 과정을 ‘혁신적 디자인 과정’이라고도 한다. 오스트리아 출신 디자이너인 건축가 빅터 파파넥(Vitor Papanek)은 ‘인간을 위한 디자인’에서 디자인은 의미 있는 질서를 창조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라고 정의를 하고 있으며,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단순한 포장이나 판매를 위한 형식 및 장미꽃, 나뭇잎, 다각형의 벌집 등 자연요소 적인 미묘한 구조만을 의미하지는 않고 있다.

  디자인은 생태적 환경에서 자연의 질서를 발견하고 아름답게 패턴화시키려는 ‘절대 의지’가 디자인의 근본적인 행동인 것이다. 그렇기에 계획성 없이 진행된 우연한 제품이나 그래픽, 단순 건축물 들을 좋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균형이 무너진 현상에서 창조적인 아이디어마저 굳게 닫혀 있는 경우라면 생명력마저 결여된 과정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보면 디자인이란 ‘계획과 창조’의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이를 창도(創道)라고도 볼 수 있겠다. 거장 미켈란젤로는 창세기 내용 중 천지창조의 역사를 로마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4년여에 걸쳐 디자인하였다. 천장화로서 위대함도 있겠지만 천지창조의 놀라운 디자인 생명력은 경계를 초월한 또 다른 모습이다.

  좋은 디자인은 상품과 환경 및 디자이너 자신에게까지도 자아를 형성 시킬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서 존재한다. 나아가 인간의 환경과 사용하는 도구마저 변형시키고 세상을 자연스럽게 변화시키는 것이 디자인의 최종 목표라 할 수 있다.

 오늘날 구조조정과 청년실업의 증가는 시대적 창업을 권유하고 있는 듯하다. 기업은 창업과 연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으로 수련된 좋은 경영 디자이너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계에 의하면 10명이 창업을 할 경우 2~3명 정도만 성공하고 나머지 7~8명은 실패한다고 한다. 창업가는 치밀하게 계획된 준비와 노력을 하여야 하고 프로로서의 창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부차적으로는 자금조달 능력, 마케팅 능력, 진취적인 개척정신, 신용 및 원만한 대인관계 등이 필요하겠다. 기업가정신은 흔히 불확실성에 맞서는 도전과 불균형으로부터의 과거의 틀을 깨는 혁신을 통한 ‘창조적 건설’이라 하기도 한다.

 경제학자 슘페터(Schumpeter, Joseph Alois)는 새로운 생산 방법과 상품 개발을 기술 혁신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혁신을 통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기업가정신으로 정의하고 있다.

 기업은 혁신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생산 활동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키려는 도전 정신이 필요하며, 시장 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이윤을 내면서 발전해야 한다. 동시에 이윤의 원만한 재분배를 통하여 사회에 환원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도 있다. 따라서 기업가는 이윤을 창출하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기억하는 양형적인 기업윤리가 전제되어야 하겠다. 그리고 기업가에게는 위험을 부담하고 어려운 환경을 헤쳐 가면서 기업을 키우려는 뚜렷한 자기의지가 강하게 있으며, 자기혁신, 새로운 결합, 독특한 아이디어 및 복지, 인재 발굴, 사회적 책임의식 등의 지혜도 가지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유한양행의 고 유일한 박사는 가족과 친인척을 경영활동에서 철저히 배제하였다고 한다. 주식은 학교에 기증하고 아들에게는 스스로 길을 개척하라는 유언을 남기면서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겼다고 한다.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고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경영자로서의 유일한 박사의 숭고한 정신은 라면상무와 백화점 모녀, 땅콩회항 등으로 얼룩진 상위층의 ‘갑’질 논란과는 근본적으로 상반되기에 시대적인 귀감이 되고 있다.

 산업화 이후 근대성이 결여된 근대화와 한국적 자본주의 산물인 극단적 양극화! 무엇이 본질인지 정심으로 깨닫고, 표피적인 형태중시로 인하여 본질적 목적을 잃어버리는 땅콩봉지의 우를 범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 할 오늘이다.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보자. 어느 순간 우리에게 가깝게 다가온 한국적 자본주의! 생각과 말과 행위로 더 이상 우리를 실망 시키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디자이너와 기업가정신의 공통점은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선별하여 진화시키는 과정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계획과 창조는 인문적 휴먼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며, 결과에는 반드시 생태적, 사회적, 윤리적인 책임감이 수반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백승기<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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