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각오 - 초반 점검
새해 각오 - 초반 점검
  • 최형재
  • 승인 2015.01.28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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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미년 새해가 밝은지 벌써 한 달이 되어 간다. 정말 화살처럼 지나간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이다. 이 틈에 잠깐 멈추어 서서 초반을 점검해 보자.

  새해 들어 누구나 각오를 했을 것이고 결심을 했을 것이다. 어느 자료에 보니 금연, 다이어트, 돈 모으기, 인맥 쌓기, 부모님께 연락하기 등이 많은 사람들이 하는 각오란다.

  교황의 각오는 흥미롭고 그분답다. 험담하지 않는다, 음식 남기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위해 시간을 낸다, 좀 더 가난하게 살겠다,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가겠다, 반대자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겠다,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않겠다. 등이다. 대통령이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새겨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분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나도 생활 속에서 놓치지 않고 지키려고 각오를 페이스 북을 통해 밝혔었다. 과연 지킬 수 있을까? 그리고 몇 번째가 어렵겠다면서 반응을 보여줬고 응원해 주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까지 잘 지키고 있다.

  첫 번째는 준법운전을 하겠다는 것이다. 학생운동 시절 그 당시 불법시위, 시민운동을 하면서 낙천낙선운동에서 보여 주듯 나쁜 관행이나 법은 개인적으로 손해를 보지만 어기면서 바꾸어 왔다. 그러나 교통법은 내가 어기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볼 수 있기에 꼭 지켜야 한다.

  잘 알면서도 많이 어겼다. 올해는 반드시 지킨다는 각오이다. 슬쩍 끼어들기, 신호위반, 과속, 불법 주정차, 무분별한 경적사용, 심지어는 음주운전까지 해 왔다. 조금 불편한 듯하지만 준법운전을 하니 기분이 좋다. 곧 몸에 밸 듯하다.

  두 번째는 공중목욕탕에서 수건 한 장만 사용하겠다는 각오이다. 탕 내에서 머리 털고 몸에 물기를 뿌려내고 나오면 174cm에 77kg으로 평균은 되는 나도 한 장으로 충분하다. 겨드랑이 등 예민한 곳을 제외하고는 물기가 남아 있는 것이 더 좋다. 찜질방 주인이 남긴 페북 댓글에는 여덟 장까지 쓰는 분도 있다고 한다. 말은 못하고 환장할 일 아니겠는가. 이는 비용이 들고 환경에도 좋지 않은 습관이다. 그래서 고치려고 각오를 다졌다.

 세 번째는 술은 기억할 만큼만 마시겠다는 것이다. ‘을’의 처지에서 사람을 만나고 다니는 것이 직업이기에 지킬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아직까지는 잘 지키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주차를 어디에 했는지 헛갈리고, 밤새워 무슨 얘기를 나누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위안 삼았지만 결국은 자신이 마신 것이다. 그래서 각오에 넣어 본 것이다. 쏠쏠한 효과를 보고 있다.

  네 번째는 책은 한 달에 최소한 한 권은 읽는다는 각오였다. 목표를 높게 잡았더니 만화책으로 목표를 채워가는 나를 발견했다. 목표가 너무 낮다고 지적하는 주변 사람이 있으나 몸으로 뛰는 일이 많고 술 약속이 많으니 현실적으로 목표를 설정했다. 다행히 1월에는 ‘장하준의 경제학강의’를 읽을 수 있었다.

  다섯 번째는 재미있는 각오이긴 한데, 누워 있다가 또는 앉아있다 일어날 때 앓는 소리를 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제 53이 되어서인지 부끄러운 줄 모르고 ‘아이쿠’ 소리를 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각오에 담았었다. 이 각오도 쉽지는 않다. 운동부족에 체력이 달리고, 한 군데씩 고장이 나면서 불가피한 상태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몸을 가볍게 관리하면서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각오이다.

 한갓 소시민이고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고 각오이지만 잘 지켜보려 한다. 이것이 ‘생활 속에 진보’일 수도 있고 ‘삶의 질’을 높여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 정권을 잡은 대통령이 선거 때 약속을 지키지 않고 뒤집어도 아무 문제없는 나라에서 개인의 그까짓 각오 안 지키면 무슨 문제냐고 할 수 있지만, 내가 한 약속을 지킬 줄 알아야 상대방이 지키지 않는 약속에 대해 항의하고 대항할 수 있기에 꼭 지켜나가려 한다.

 최형재<노무현재단 전북위원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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