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여! 경영지배구조에 다양성을 확보하라
금융회사여! 경영지배구조에 다양성을 확보하라
  • 이병화
  • 승인 2014.12.16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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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뜨면 지고 달도 차면 기우는 자연의 섭리를 벗어날 수도 없고 탓할 수도 없다. 2014년도 시작하며 첫날을 맞이하였더니 이제 꼬리를 내리고 있다. 주어진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보내는 느낌에 차이가 있겠지만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가 없다는 점에는 차이가 없다. 막을 수 없다면 주어진 현재를 마음껏 즐기는 것이 삶의 지혜일 것이다.

 매년 연말연시가 되면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기업 등에서는 인사 얘기가 언론매체를 타고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실적이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데로 인사요인이 있는 것이다. 즉, 변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계획이나 미비점을 보완하고자 하는 마음이 인사를 통하여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한 사람의 불행이 다른 사람의 행복의 요인이 되고, 행복의 순간도 불행의 씨앗을 안고 시작하는 것이 된다.

 인사를 하는 것은 결국 회사의 경쟁력을 함양시키기 위해서이다. 기업의 경쟁력은 경영지배구조의 다양성에서 나온다. 구성원 모두가 똑같은 환경에서 생활하고 성장했다면 일치된 모습으로 일사불란하게 의견도 모으고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회사는 아무런 장애물 없이 앞만 보고 행진할 수 있는 기병대가 아니다. 수많은 성향의 사람들을 고객으로 상대하기도 하고, 또 글로벌 세상에서는 말도 다르고 얼굴색깔도 다른 사람들을 고객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한 회사나 기업이 하나 둘이면 적당히 고객을 나누어 공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러나 현실은 어떤가? 동일한 고객을 상대로 동일한 영업을 해야 하는 경쟁자들이 수없이 많다. 그러한 경쟁 상대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구석구석에 흩어져 있어 언제 어떻게 치고 나올지 모르는 형국이다. 이러한 경영환경에서는 의사결정 구조 등 경영지배구조가 다양해야 한다. 고객의 색깔만큼은 아닐지라도 가능한 한 다양한 환경에서 형성된 인격을 보유한 자들이 경영지배구조에 참여해야 한다는 말이다.

  잡종강세라는 생물학적인 현상이 비단 자연 세계에서만 통하는 논리가 아니라 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 많은 의사결정권자들이 이러한 이론적인 내용을 알고 있지만 이를 실현하는 데에는 망설인다. 승진을 조직에 활력을 주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연공서열이라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논리가 경쟁원리를 뒤덮게 되는 것이다.

  공기업적 성격이 강한 조직일수록 연공서열의식이 강하고, 그러한 조직일수록 조직은 안정되어 있는 반면, 생산성은 뒤진다. 미꾸라지 농장에서 메기를 투입했을 때 번식력이 증가하듯이 서로 다른 배경에서 성장한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기업의 지배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그래야만 다양한 욕구를 가진 고객들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그러한 차원에서 볼 때 순혈주의가 대세인 금융회사에서는 이번 인사부터라도 보다 인적 구성원의 풀을 확대해야 한다.

  인사권자의 학연 등 개인적인 관계를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나 회사의 경쟁력을 확보 및 강화하는 차원에서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선택의 폭을 내부에서 외부로 확대하라는 말이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듯이 바깥세상에는 더욱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 많다. 각종 의사결정과정에서 목소리가 다양할 경우 다소 짜증스럽고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복잡 다양한 경쟁환경에서 살아남고 선두를 지키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

  인사권자 개인의 친소관계나 혈연관계만을 중시하여 인사할 때 척하면 통하기에 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의 생명력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침몰하게 된다. 기업이 3대를 못 넘기는 이유도, 성장하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 하는 것도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망하면 그 기업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대기업이나 금융회사의 경우에는 경영지배구조에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일반기업의 지배구조 문제에까지 개입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그러나 금융회사 특히 은행의 경우에는 합리적인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인사권자의 양식에만 맡겨 두기에는 인간이 너무도 이기적이고 근시안적인 반면, 세상은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여! 글로벌 경쟁에서 선두가 되기를 원하는가? 그러면 경영지배구조부터 다양성을 확보하라! 순혈주의를 타파하라! 그런 후에 거래기업에게 요구하라. 그러면 대한민국의 글로벌 경쟁력은 저절로 확보될 것이다.

 이병화<한국채무자회생법학회 고문/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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