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를로르의 꾸뻬씨의 행복여행
프랑수아 를로르의 꾸뻬씨의 행복여행
  • 김효정
  • 승인 2014.12.08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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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의 명랑한 소설 관람] 32.

 ‘당신은 행복합니까?’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도 머뭇거리게 될 우리들. 행복이라는 것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그 기준 또한 명확하지 않다.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곧 나이 한 살 더 먹는다고 울상을 짓고 있는 이들에게 올 한 해가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조차 부질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파리의 정신과 의사인 프랑수아 를로르가 쓴 <꾸뻬씨의 행복여행>은 그가 환자들을 진료하며 얻은 경험과 생각들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만족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꾸뻬씨가 말하는 행복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파리의 성공한 정신과 의사 꾸뻬씨의 진료실은 언제나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많은 것을 갖고 있지만 스스로 불행해 죽을것 같은 사람들이 그와의 상담을 위해 언제나 대기 중이다.

 꾸뻬씨 본인도 꽤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 적어도 세상의 기준에서는 말이다. 파리의 중심가 한복판에 자신의 진료실을 갖고 있으며 세상 어느 곳보다 풍요로우며 정신과 의사가 가장 많은 이 도시에서 그는 의사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 게다가 능력과 미모를 겸비한 여자 친구까지! 하지만, 문득 꾸뻬씨는 자신도 환자들과 다를 바 없이 행복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마음의 병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어떤 치료로도 진정한 행복에 이르게 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진료실 문을 닫고 행복을 찾아 여행길에 오른다.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불행한 이유는 항상 타인과의 비교에서 시작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특별하고 소중한지를 돌아볼 줄 모르고 다른 사람의 성공과 그들과의 관계에만 집중하다보니 행복은 그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 저자는 인간의 삶에서 성장과 진보를 향한 욕망은 중요하지만 자기가 살고 있는 현재 그리고 주변 환경에 대한 관심과 이해 없이는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올 11월에 개봉한 영화 ‘꾸뻬씨의 행복 여행’은 보다 시각적인 볼거리가 풍성하다. 여행이 주는 설레임과 이국적 풍경의 아름다움이 스크린을 통해 펼쳐지며 우리를 세계 곳곳으로 안내해준다. 그리고 꾸뻬씨는 그 여정에서 낯선 땅, 낯선 사람들과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활력과 깨달음을 얻게 되고 그의 수첩엔 행복에 대한 비밀들이 하나씩 기록된다. 특별할 것 같았던 ‘평범한’ 비밀들. 그리고 그는 행복 리스트의 끝 줄에 이렇게 적는다. ‘우린 다 행복할 의무가 있다’.

 권리가 아닌 의무. 이 말은 곧 행복의 시작은 ‘나’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내가 행복하고자 마음먹는 순간 우리는 행복을 위해 노력하게 되며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지 않다면 꾸뻬씨처럼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듯 반복적인 일상에서 잠시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할 때 모든 순간순간이 행복과 연결된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바로 여행이다. 떠나보지 않았다면 그만 투덜대고 당장 떠나보자. 나의 행복, 너의 행복, 우리의 행복이 결코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분명 깨달을 수 있을테니까.

 김효정<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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