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문복철의 ‘삶의 춤, 다시 부르는 노래’
고 문복철의 ‘삶의 춤, 다시 부르는 노래’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4.11.2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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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복철 작 - 삶의 춤(1992)

 우리는 그를 한지 화가라 부른다. 한지라는 물성에 주목해 이를 탐구하면서 전통과 현대를 접목, 한지회화의 가능성과 미적 아름다움의 탐색에 천착해 온 문복철(1942-2003). 2000년대 초반에는 투병 중에도 국제종이조형협회(IAPMA) 정회원 활동과 더불어 이 단체 총회를 전주에 유치하는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그의 이름을 오랜만에 불러 본다.

 교동아트미술관(관장 김완순)이 12월 2일부터 12월 14일까지 특별 기획전으로 ‘故 문복철 展’을 준비한다. 초대는 12월 2일 오후 5시 30분. 고향인 군산에서 일평생을 작가이자 교육자로 활동했으며, 1세대 대표적 한지회화작가로 이름을 알리며 지역문화예술 발전에 초석을 이룬 선배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담아, 또 너무 일찍 이별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준비한 의미 있는 전시다.

이번 교동아트미술관의 회고전에서는 1960년대 한국적 정서를 대변하는 한지 작가로 자리 잡게 되는 시기부터 1990년대 초반 삶의 표정으로 춤과 소리라는 감각적 작업에 이르는 시기까지 보다 넓은 스펙트럼으로 그의 작품세계 전모를 조망한다. 한지 작가로 자리매김 한 90년대 초반의 ‘삶의 춤’연작을 중심으로, 작가의 불꽃 같은 열정을 꿰뚫어 볼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그동안 그의 작품을 언어로 번역했던 비평가(이경성, 김인환, 유재길, 최승범, 김선태, 조정권, 박옥생 등)들은 문복철 작가의 작업시기는 실험적 앵포르멜 추상시기(1962-1967)와 초기 단색조 추상의 한지작업 시기(1979-1987), 기하학적 추상과 한지작업(1988-1991), 후기 단색조 추상의 한지작업(1992-1998), 후기 추상표현의 한지작업(1999이후) 등으로 설명한다.
 

 그는 습작기에 앵포르멜이라는 하나의 모더니즘 회화 양식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를 모색했던 청년작가였다. 캔버스에 비닐과 은박지, 창호지 등을 붙여가며 콜라주와 오브제 작업 등을 펼치는 등 ‘그린다’기 보다는 ‘행위’를 통해 작품을 제작하는 등 실험적인 조형언어로 주목을 받았다. 그가 한지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중반의 일인데, 이 시기의 작업들은 “현대회화에서 조형의 실험적 탐구와 동시에 삶의 진실이 무엇인가를 숙고하게 만드는 실재의 문제들에 대한 연구작업이었다(유재길 미술평론가)”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열정적으로 살며 작품 활동에 여념이 없는 삶을 살았기에 90년대 문복철의 한지 추상회화 작품은 절정에 이른다. 구수한 우리 삶의 정서가 밴 육자배기 가락이 들려오는 듯한 ‘삶의 춤’연작으로 완숙미를 뽐내기 시작하면서, 그의 추상회화는 가장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이렇게 문복철은 캔버스에 종이를 겹겹이 붙여 나가는 추상표현 양식의 회화적 작업을 30여 년 넘게 해왔다. 두툼한 한지를 지지고, 긁고, 그 위에 채색해가는 과정을 통해 삶의 흔적과 발자취를 따라갔던 것은 아닐까. 그 어떠한 재료보다 한국적인 정서가 담긴 한지를 사용하면서 형상의 재현이나 대상의 사실적 묘사에서 벗어나, 종이 그 자체의 독특한 특성에 작가 자신의 행위를 합치시키려는 탐구로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형성, 사후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역의 많은 후배들에게는 귀감이 되고 있다.

 고향 후배인 이승우 작가는 “불의를 보고 분노해 막걸리 탁자를 내려치는 바람에 거기 참석한 모두의 옷에 막걸리 흔적을 남겨주던 일, 일본전을 기획해 현지에 후배들을 인솔하면서 안내자까지 자청했던 일, 일본어를 모르는 대신 유창한 한문 실력으로 필담을 나누시던 일들이 마치 어제인 듯한데 이젠 전설이 되어간다”고 회고했다.

 전시를 기획한 김완순 관장은 “문복철 화백은 고향에서 후학을 양성하면서, 한지의 물성을 탐구해 전통과 현대를 접목한 미술가이다”면서 “이번 전시에서는 화백의 호방한 기백과 정열적인 삶의 궤적을 작품과 함께 만날 수 있고, 한지와 추상성의 의미를 새롭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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