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김치
포장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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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1.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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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음식을 만들 때 손가락 사이에서 배어나오는 나름대로 손가락 맛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똑같은 재료를 사용해 요리해도 만든 사람에 따라 음식 맛이 다른 것은 바로 손가락 맛의 차이 때문이다.

 ▼ 음식 재료나 양념에서 나오는 맛이 아니라 이처럼 손가락의 맛이라해서 "손맛깔"이라고 했다. 음식 솜씨가 좋다는 말은 곧 손맛깔이 좋다는 것이고 그런 맛을 내는 손을 "맛깔손"이라고 했다. 옛날에는 "맛깔손"이 여성이 지녀야 할 중요한 부도(婦道)의 하나였다.

 ▼ 그래서 우리 전통사회에서는 시집 온 며느리가 시가(媤家)의 맛깔손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면 시집식구들로 부터 구박 받을 수있는 요인이기도 했다. 시집식구들의 입맛이나 생리를 제대로 맛추지 못한다해서 남편과 불화를 빚기도 했고 심하게는 며느리가 소박을 맞을 수있는 이유도됐었다고 한다.

 ▼ 오늘날의 기성세대들은 거의 어머니의 손맛깔을 맛보며 자랐다. 그래서 어머니가 만들어 주던 그 맛의 향수에 젖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손맛깔에 생리나 정서가 체질화했기 때문이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결속은 바로 손맛깔로 인한 미긱이 통하는데서 정이들고 사이가 돈독해지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된장이나 고추장. 김치맛등 발효음식 맛이가문마다 다른 이유가 바로 손맛깔 차이 때문인 것이다.

 ▼ 그러나 근대화 과정에서우리의 소중한 손맛깔이 사라져 갔다. 일상이 바빠진 현대생활에서 완전조리 또는반조리 식품등 손맛깔이 필요없는 즉석 식품등 등장으로 손맛깔이 비집고 들어갈틈이 없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창 김장철이다. 그런데 김치 완제품인 "포장 김치"가 지난해 평균대비 2배나 더 팔리고 있다는 보도다. 특히 젊은층들이 간편하게 사먹는 풍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대량생산되는 김치. 김장문화도 유물이 될 날이 멀지 않은 것같아 씁쓸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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