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분리 논의는 신중해야 한다
국민연금 기금분리 논의는 신중해야 한다
  • 노대우
  • 승인 2014.11.2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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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 기금이 400조원을 넘어서면서 별도의 조직을 설립해 기금운용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그동안 국민연금공단에서 운용하던 기금을 새로운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하여 독립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인 것이다. 그러나 운용을 위한 별도의 조직을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투명성을 강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공사 설립에 찬반양론이 맞서며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조직을 국민연금공단에서 분리하여 운영하자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투자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변동성이 큰 금융시장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독립적 기금운용 전담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변하는 금융시장에 대응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하려면 이에 맞는 조직과 인원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기에 국민연금 기금운용 조직을 국민연금공단에서 분리하자는 것이다.

 반면, 이에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다음과 같은 논리로 기금운용 분리를 반대하고 있다. 단지 국민연금 기금의 수익률 제고를 명분으로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비중을 높이고 금융전문가 중심으로 바꾸려는 논리는 국민의 노후보장이라는 생존권을 담보로 도박하는 것과 같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주인인 국민들의 의사결정권을 무시한 채 국민연금 기금을 운용하다 2008년 금융위기 같은 사태가 재연되어 막대한 기금 손실이라도 초래된다면 국민들은 국민연금에 대해 불신하게 될 것이며 이는 국민연금제도 자체를 파탄에 빠트릴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물론, 쌍방의 주장 중 어느 일방이 모두 맞고 어느 한 쪽은 모두 틀렸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주장하는 사람들 모두 깊은 생각과 이론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하여 국민들이 납부한 국민연금보험료를 효과적으로 운용하여 손실 없이 높은 수익률만 올릴 수 있다면 당연히 그리해야 할 것이다. 반면, 국민들이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 꼬박꼬박 적립한 보험료를 효율성을 강조하는 자산전문가라는 사람들에게 맡겨서 운용하다가 세계적 금융위기 등 예측 불가능한 돌발 변수로 인해 막대한 기금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주장에도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유념하여야 할 것은 공적 연기금의 지배구조 개편이나 위험자산 확대 등 자산배분 결정은 노후 소득보장체계의 구조와 기금의 성격, 사회적 합의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금의 주인인 국민연금 가입자가 신중하게 선택할 문제라는 것이다. 수익률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일부의 주장에 현혹되어 쉽게 결정되어서는 안 될 중차대한 사안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기금운용 조직의 분리문제를 “이슈화”하기 위해서 국민연금 제도 자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초래될 수 있는 주장들은 자제하여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은 최소한의 노후 피난처다. 따라서 국민연금 기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여야 한다는 대원칙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철칙이라 할 수 있겠다. 요즘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노인세대 다수가 국민연금 하나만 바라보고 살고 있는 형국인데, 매월 지급받는 연금을 관리운용 소홀로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초래된다면 이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요구된다.

 국민연금 기금은 자산과 부채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보험료 수입보다 연금지출액이 적은 지금은 연금지급이라는 부채가 크게 문제 되지 않고 있지만, 연금수급자가 증가할수록 보험료 수입보다 연금지급액이 많아져 결국에는 적립된 기금이 모두 소진된다는 것은 이미 연금 선진국들의 교훈을 통해서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모든 기금운용 관계자는 기금은 장차 가입자에게 모두 되돌려주어야 할 부채라는 것을 항상 고민해야 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기능을 공단에서 분리한다는 논의를 진행하기에 앞서 국민들의 더 나은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국민연금 제도 발전에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국민연금 기금 운용에 대해 국회에 법안이 제출되었으니 어떤 선택이 국민의 노후자산인 국민연금 기금을 손실 없이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인지에 대해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노대우<국민연금 전주완주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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