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처제가 연탄이 없어 고생하고 있어요. 도와주시면 안될까요?.”
지난주 전주연탄은행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주시 다가동에서 홀로 사는 자신의 처제가 난방되지 않는 집에서 생활하다가 몸살감기에 걸렸다는 한 할아버지의 응급 지원요청 이었다.
전화를 건 김재곤(82) 할아버지는 “생활보호대상자인 처제가 연탄이 없다고 한다”며 “고령에 허리까지 다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처제가 몸살감기까지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어떻게 해줄 수가 없어서 전화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 역시 위암 치료를 받고 있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제를 위해 용기 내 연탄은행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최근 찬바람과 함께 겨울이 찾아오면서 이같은 홀몸노인들의 연탄요청이 잇따르고 있지만, 연탄은행에 후원이 줄어들어 활동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홀몸노인 등 소외계층 집 연탄 창고가 대부분 빈 채 방치되면서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 속에 소외계층들의 차가운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19일 오전, 실제 연탄을 사용하고 있는 전주시 관내 일부 고지대를 돌아 보았다. 이곳에선, 대부분의 홀몸 노인들이 몇 장 남지 않은 연탄을 바라보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효자동에 만난 윤복례(85·여) 할머니는 “연탄을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 이래저래 답답한 상황이다”며 “빈 창고를 보면 더 추운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창고 근처는 가지도 않는다”고 씁쓸해 했다.
이어 “연탄을 사들일 여력이 없어 염치 불구 하고 연탄은행에 부탁하게 돼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인근에 사는 신분선(76·여) 할머니도 “연탄이 몇 장 남아 있지만 더 추워질 때를 대비해 아껴두고 있었다”며 “차가운 방보다 밖이 더 따뜻해 평소에도 나와있는다”고 전했다.
이날, 다행히도 이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한 회사에서 연탄 후원이 들어오게 되면서 홀몸노인의 얼굴에도 모처럼만의 웃음꽃이 피워졌지만, 또 몇 일이나 버틸지 안타까움은 끝이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전주연탄은행의 사정도 답답하다는 점이다.
극심한 불경기로 후원이 줄어 들면서 지난달 10일 활동을 재개했으나, 이렇다 할 활동조자 못할 정도로 연탄이 모두 동나버렸다.
물론, 수많은 봉사단체가 소외계층에 연탄을 지원하고 있지만 그 양이 많지 않고 추위가 정점을 이룬 12월에 집중돼 있어, 우리의 소외계층들은 이른 겨울나기 사투를 벌이고 있다.
윤국춘 전주연탄은행 대표는 “올해 후원이 적어 소외계층에 전달할 연탄이 부족하다”며 “며칠 내 연탄은행 창고에 연탄이 없어지면, 일부 노인들은 추운 밤을 보낼 수 밖에 없다. 보다 많은 시민과 기업들의 온정이 쏟아졌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올 11월 현재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전북지역 연탄 사용가구는 전주시 2천500가구를 포함해 총 1만1천여 가구에 달하고 있다.
설정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