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군과 FTA에 대한 단상
대원군과 FTA에 대한 단상
  • 양갑수
  • 승인 2014.11.1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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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말기 흥선대원군은 미국과 프랑스 등 우리와 교역을 희망하는 나라에 문호를 개방하지 않기 위해 전국 각지에 척화비를 세웠다. 척화비에는 “서양 오랑캐의 침입에 맞서 싸우지 않는 것은 화평하자는 것이며, 싸우지 않고 화평을 주장하는 자는 매국노다.”라고 적었다. 이처럼 대원군은 집권 초기부터 청나라와의 사대적 외교관계 이외에는 모든 대외관계를 차단하였다.

 먼저 개방한 일본 메이지정부도 서양 오랑캐와 같은 무리로 간주하여 전통적 교린관계마저 거부해 버렸다. 그러나 고려시대의 통상정책은 이런 조선 말기와는 많이 달랐다. 고려사 기록을 보면 정종 6년에는 아라비아의 객상 보나합 등이 직접 임금을 알현했고 수은, 용치, 점성향, 물약, 대소목과 같은 물품을 바쳤으며 임금은 상인들을 객관에서 후히 대접하고 돌아갈 때는 금과 비단을 넉넉하게 주었다고 한다.

 또한, 국제무역항인 벽란도에서는 코리아라는 이름이 서아시아 지역에까지 알려질 정도로 대외 교역이 활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상반된 두 시기의 통상정책과 관련하여 대부분의 후세 사가들은 대원군의 쇄국정책에 대해 비판적이다.

  변화를 갈망하는 역사적 민의를 인식하지 못하고 봉건왕조의 멸망만을 막아보려던 무리수였고 결국은 개방 시기를 놓침으로써 선진과학기술의 습득을 통한 나라의 부강은 물론 근대화에서도 뒤처지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전통무역 방식을 통한 수출입 물동량은 물론이고 인터넷을 통해 외국에 상품을 직접 주문하고 받아보는 ‘해외직구’ 규모마저 1조원에 달하는 이 시대에 대원군과 같은 폐쇄된 통상정책을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우리는 이미 미국과 EU를 비롯하여 50여개에 달하는 나라들과 FTA를 체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1일 정부가 전격적으로 발표한 한중FTA 협상타결과 관련해서는 농민들뿐 아니라 중소기업 현장에서도 말들이 많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것을 떠나 이미 거의 모든 업종에서 경쟁상대로 떠오른 중국인지라 더욱 민감하게들 받아들이는 것 같다. 중소제조업체들의 생사를 결정할 수도 있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정치적 일정에 맞춰 너무 급하게 마무리해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협상의 성공여부는 협상기간의 길고 짧음에 따라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아직 정확한 협상결과도 모르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인들의 이러한 불만은 협상과정에서의 소외감이나 결과에 대한 정보부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한중FTA 추진과정에서 대부분 중소기업인들은 자신의 품목이 일반품목인지 민감 품목인지 아니면 초민감 품목인지를 알지 못했다. 협상이 타결되었다고 발표된 현재까지도 정확한 결과는 알지 못한다. 그저 신문 등에 제시된 몇 가지 대표품목들을 참고해서 자신의 품목을 예상할 뿐이다.

  물론 팽팽하고 치열하게 진행되는 국가 간의 협상과정에서 우리 측 카드를 모두 공개할 순 없겠지만, 관련 정보가 너무 일부 연구자들과 협상 참여자들에게만 집중되어 있다. 이들이 용어까지 생소한 업종별 세부 상황까지 제대로 알리는 만무하다. FTA협상을 추진할 때마다 업종별 협·단체 등을 통하여 유·불리 여부를 문의하지만 사실 형식적이고 그저 참고용일 뿐이었다. 공청회도 과거 몇 년 동안의 수출입 물동량 데이터를 토대로 한 관세철폐 이후의 제품군 단위 수출입량 변화예측 수준의 논의일 뿐 현장에서 뛰고 있는 업종별 중소기업인들의 생존 본능적 감각은 중시되지 않는다.

  이번 한중FTA 추진전략과 관련해서도 중소기업인들은 화장품이나 의약품에 대한 인허가 절차 개선과 투자의 안정성 제고를 많이 주문했었다. 그러나 인허가 절차가 대폭 간소화되었다거나 중국 정부의 반덤핑조치 남발방지 규정이 도입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또한, 자동차나 가전 등 당초 크게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였던 품목들의 관세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한다. 국회인준 과정 등에서 여러 가지 난관이 예상된다. FTA추진과정에서 반복되는 사회적 갈등비용을 줄이고 후세 사가들로부터도 후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미래지향적 FTA가 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을 비롯한 여러 이해 당사자들과의 충분한 사전소통이 전제되어야 한다.

 양갑수<중기중앙회 전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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