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이야기
몽골 이야기
  • 김종일
  • 승인 2014.11.0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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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사람들이 어떻게 죽지 않고 살아가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정말 궁금해요.” 몽골의 어느 교수가 울란바토르 시내를 삥 둘러싼 판잣집들을 가리키며 내뱉은 말이다.

 몽골의 인구는 약 3백만인데 그 중 약 160만 명이 수도인 울란바토르에 모여 산단다. 울란바토르는 몽골이 공산국가이던 시절 4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계획도시로 설계되었다고 한다. 공산체제가 무너지고 거주 이전의 자유가 주어짐과 동시에 백만이 넘는 사람들이 울란바토르로 몰려들어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었다. 지금 울란바토르 시내와 근교에는 이주민들을 수용하기 위한 건물들이 많이 지어지고 있지만, 절대적으로 태부족일뿐더러 가격도 비싸서 일반 서민들에게는 거의 그림의 떡이란다. 그래서 대략 백만 명의 이주민들이 벽돌과 나무를 얼기설기 엮어 근교 야산에 지은 판잣집이 모인 달동네에서 살고 있다. 분지에 있는 울란바토르를 셀 수 없이 많은 판잣집들이 둘러싸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대부분 전기도 상하수도 시설도 없다.

 울란바토르 지역은 거의 사막에 가깝다. 물이 아주 부족하다. 달동네 사람들은 먼 길을 걸어 우물에서 한두 동이 길어오는 물로 살아간단다. 또 정말 춥다. 겨울에는 영하 40도까지 떨어져 추위에 강하다는 양들이 떼죽음을 당할 정도라고 한다. 몽골 사람들은 5월에서 9월까지 겨울에 얼어 죽지 않고 살아남는 준비를 한다고 보면 되겠다. 땔감도 정말 부족하다. 울란바토르 근교는 죄다 민둥산이라 땔감을 구할 수가 없어 석탄을 때야 하는데 너무 비싸서 언감생심이란다. 더군다나 이 달동네 사람들 대부분은 돈벌이 수단이 없단다. 울란바토르 시내를 나가봐야 할 일도 많지 않고 사람들은 차고 넘친다. 이렇게 수입도 없고 마실 물조차 없는 사람들이 그 추운 겨울을 어떻게 죽지 않고 살아남는지 몽골 사람조차 의문일 정도로 현재 울란바토르의 상황은 암울하다. 또 울란바토르의 교통체증은 악명이 높다. 겨울에는 차량의 배기가스와 난방용 석탄에서 나오는 시커먼 연기 때문에 앞차의 번호판이 안 보여 대낮에도 운전을 못 할 정도라고 하니 기가 막힐 뿐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와 같은 외국의 노동자로 진출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희망이란다. 이미 한국에 다녀온 사람들도 많고 한국어 학원도 많이 있어서 대개는 한두 마디 한국말쯤은 다들 한다. 그런데 몽골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과 아주 커다란 차이가 있다. 근자에 들어 소위 한류 문화가 확산하여 많은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와 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해 매우 호의적인데 반해 몽골인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에 노동자들을 많이 보내는 베트남이나 네팔은 한국을 매우 좋아하고 한국 사람이라면 말이라도 한마디 건네려고 다가오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이와 정반대로 몽골에서는 혐한 감정이 보통이 아니다. 지나치다 할 정도로 격하다. 밤에 외출하는 것은 절대 금기다. 따라서 한국은 몽골 사람들의 희망이자 원수와 같은 존재다. 아마 국민성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몽골과 같은 험악한 자연환경에서 죽지 않고 생존하는 적응 과정에 형성된 공격적인 성향이 원인일 수 있겠다.

 울란바토르로 몰려들지 않고 아직 초원에서 목축을 하며 살아가는 나머지 사람들의 주 에너지원은 태양광이다. 초원의 게르마다 태양광 모듈 한두 장씩은 걸려 있는 것으로 보아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사용량이 상당할 것 같다. 그래서 이제 몽골 자체적으로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고 수리하는 기술을 갖추고 싶단다. 대학에 태양광학과도 만들었고 올해부터 신입생도 뽑았단다. 적은 힘이나마 우리 대학이 몽골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볼 생각이다.

 김종일<전북대 교수/호남태양광테스트베드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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