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 논쟁, 정치개혁 논의로 진전시켜야 한다
선거구 획정 논쟁, 정치개혁 논의로 진전시켜야 한다
  • 김남규
  • 승인 2014.11.0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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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2대 1 이하로 바꾸라며 현행 선거구 구역 획정 문제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림으로써 정치권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한 곳이 전국적으로 60여 곳에 달한다. 정당과 국회의원들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달린 이번 헌재의 결정을 단순 선거구 획정 논쟁으로 국한하지 말고 좀 더 근본적인 정치개혁 논의로 진전시켜야 한다.

 우선 이번 헌재의 결정에서 쟁점이 되었던 내용을 ‘선거구 합헌불일치 헌재 판결문’에 나타난 소수 의견을 통해 살펴보자.

 첫째, ‘투표 가치의 평등성’에 대해 다수 의견은 ‘국회를 구성함에 있어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할지라도 이것이 국민주권주의의 출발점인 투표가치의 평등보다 우선시 될 수는 없다’며 인구편차를 2대 1 이하로 조정하라고 했다. 또한, 지역대표성 문제는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되어 지역대표성을 이유로 헌법상 원칙인 투표가치의 평등을 현저히 완화할 필요성 또한 예전에 비해 크지 않다’고 판결의 근거를 제시하였다.

 이에 소수 의견은 현행 인구편차 50% 기준으로 위헌 여부를 판단했던 2000년 상황과 현 상황이 크게 달라진 바 없다며 ‘도농 간에 나타나고 있는 경제력의 현저한 차이나 인구 격차는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어, 지역이익들이 대표되어야 할 이유는 여전히 존재한다’ ‘국회와 지방의회의 역할 차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 등을 고려할 때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은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된 현 시점에서도 투표가치의 평등 못지않게 여전히 중요하다’고 보았다.

 둘째, 지역정당 구조를 심화에 대한 판단이다. 다수의견은 ‘인구편차의 허용기준을 완화하면 할수록 과대 대표되는 지역과 과소 대표되는 지역이 생길 가능성 또한 높아지는데, 이는 지역정당구조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에 소수 의견은 인구편차 허용한계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을 논거로 든 것에 대해 ‘양원제를 택하고 있는 나라들과 달리, 단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일원화되어 의회에서 지역이익도 함께 대표될 수 있어야 하므로 국회의원 선출시 지역대표성을 감안한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인구편차의 허용 기준을 완화하는 방법 밖에 없다’며 현재의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고 주장하였다.

 소수 의견인 3명의 헌법재판관이 제기한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평등의 가치는 현재 존재하고 있는 불평등을 해소함으로써 실현된다. 지역의 불균형과 불평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현행 선거구 획정 방식마저도 대도시의 정치적 대표성이 과대표 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판결문 내용 중 가장 눈에 띈 부분은 ‘인구편차의 허용기준의 완화가 지역정당구조를 심화시킨 원인’이라는 주장인데 이점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 지역주의를 심화시킨 원인은 복합적이고 정치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과거의 영남과 호남의 지역주의뿐만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의 지역주의가 존재하고 대도시 인구비례에 의한 선거구 획정 기준이 수도권의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또한, 인구 편차를 줄인다고 지역주의를 이용한 지역독점 정치 폐해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소수 정치세력, 풀뿌리 정치세력의 정당 구성을 가로막고 있는 정당법이 지역분할 정치의 제도적 근거가 되고 있고 평등권과 정치결사의 자유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에서 위헌적이라고 본다.

 이제 남은 것은 국회의 몫이다. 선거구 획정 논쟁에 머물지 말고 개헌을 비롯한 정치개혁 논의로 폭넓게 나아가야 한다. 대통령중심 체제와 양당제와 같은 승자독점 권력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시민사회와 언론 역시 정치권이 만들어 놓은 논쟁을 뒤따라가지만 말고 진정한 의미의 정치 개혁 논의를 펼쳐야 할 것이다. 지역 불균형과 불평등 해소를 중앙정치가 대신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남규<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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