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장가보내 줄게” 수백만 원 가로챈 가짜 무속인
“아들 장가보내 줄게” 수백만 원 가로챈 가짜 무속인
  • 설정욱 기자
  • 승인 2014.10.3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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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오후 2시께 장수군 한 작은 마을. 승려복을 입은 한 60대 여성이 길을 지나던 노인에게 무언가를 물어본다. “할머니, 이 동네 노총각 집이 어디예요?” 동네 할머니는 무속인으로 보이는 이 여성이 중매를 해주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고 기쁜 마음에 노총각 아들을 둔 A(73 여)씨 집을 가르친다.

A씨 집에 도착한 뒤 이 여성은 자신이 중매를 해주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A씨에게 한참 말을 늘어놓는다. 또한 살풀이를 하면 더 좋다고 현혹하며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늘 아들 걱정에 잠 못 이루던 A씨는 아름다운 여성의 사진까지 보여주며 당장에라도 소개해 줄 것처검 이야기하는 이 여성을 결국 믿기로 한다. 집에 있는 현금이 부족하자 은행에서 인출까지 해 400만 원을 건넸다.

하지만 A씨의 기대와 달리 돈은 받은 이 여성은 이후 연락을 끊은 채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해 무속인으로 추정되는 여성을 붙잡은 결과 중매쟁이도 무속인도 아닌 전과 31범의 김모(69 여)씨로 밝혀졌다. 김씨는 일정한 주거 없이 떠돌면서 이같은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가지고 다닌 여자 사진도 연예인 사진이었지만 이 사실을 알지 못한 노인들은 넋 놓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

장수경찰서는 30일 70대 할머니를 상대로 노총각 아들에게 여자를 소개해주고 백년해로하도록 굿을 해주겠다고 속여 금품을 챙긴 김모(69·여)씨에 대해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서 김씨는 “여자 사진은 길에서 주웠으며 교도소에 있는 아들의 영치금을 넣어줄 돈이 필요해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경찰관계자는 “노총각에게 중매해 준다는 말을 믿은 순진한 농촌 노인들의 심리를 이용해 이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의 여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현재 조사 중이다.

설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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