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아우성과 귀머거리 정치판
제조업의 아우성과 귀머거리 정치판
  • 김 진
  • 승인 2014.10.29 17: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때 일본의 상징이던 소니·닌텐도·파나소닉·도시바 같은 전자회사들이 경쟁력을 잃고 무너지고 있다. 일본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2위이던 소니는 올 한해에만 2조2천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런 소니는 9위로 내려앉았고, 새만금에 투자하고 있는 ‘도레이’ 같은 부품소재 기업이 더 높은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처럼 일본의 제조업이 뒷걸음질치고 있는데, 이는 우리의 현실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수출한국’을 버텨 오던 한국제조업도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믿었던 삼성전자마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20% 감소하면서, 순익은 60%나 줄었다. 또 삼성전기는 한술 더 떠서, 2분기 매출이 22% 감소하면서 순익은 90%가 줄었다. 그에 따른 문제야 많겠지만, 우선 고용과 세금이 큰일이다. 삼성전자의 국내매출 비중은 10%에 불과하지만, 전체 근로자 28만 명 중 33%가 국내에서 고용되어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 같은 제조업이 타격을 입으면 실업자가 늘게 되고, 내수경기가 나락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 ‘넛크래커’에 빠져든 한국경제

 그래서 지금 제조업시장에서 보내오는 여러 위기신호는 국운이 걸렸다고 볼 정도로 심각하다. 그 이유는 한국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그나마 쉽게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제조업 덕분이었기 때문이다. 환율이 2배로 올라 물가와 금리가 튀어 서민들은 큰 고통을 겪었지만, 수출에는 경쟁력이 생겨 경제위기를 벗어났던 것이다. 그렇게 세계의 부러움을 샀던 한국 제조업은 GDP의 33.2%라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제조업이 주를 이루는 수출은 고용시장에서의 몫도 크다. 신규고용 400만 명 중 80%인 320만 명의 일자리가 수출로 인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경제의 간판인 제조업이 어렵다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서비스업이나 6차 산업을 제대로 키워놓지 못한 마당에 미국·일본 같은 선진국에는 기술과 품질 경쟁에서 밀리고 중국·동남아 같은 개도국에는 가격경쟁에서 밀리는 것이다. 이른바 ‘넛크래커’에 제대로 걸려든 것이다. 실제로 우리에게는 원천기술이 많지 않다. 쉽게 말해 자동차·조선·철강 등 많은 부분이 선진국 것을 베껴 만든 것이다. 많은 투자 없이 쉽게 따라했던 것이 이제는 우리 발목을 잡는다. 우리가 원천기술 없이 쉽게 베꼈듯이 다른 나라도 한국 것을 베끼기가 쉽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돈을 잘 벌 때 투자를 늘려 부가가치를 높이고, 원천기술을 많이 확보했어야 하는데, 그저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앞주머니와 뒷주머니를 채우다가 이 지경이 된 것이다.
 

 * 원천기술사용료만 -6천억

 실제로 2013년에 일본의 원천기술료 수입은 284억 달러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반면 우리는 -57억 달러로 OECD 국가 중에서도 꼴찌 수준이다. 지금 주요 산업에서의 한·중 기술격차는 종이 한 장 차이까지 근접했다. 국회의원들은 반년동안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않고 세월호와 함께 세월을 보내고, 관료들은 해피아·산피아·모피아·금피아·국피아·법피아·세피아 같은 관피아 천국을 만드는 사이에 대한민국의 제조업은 침몰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이익이 급감하고 적자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이 그 지경이면 중·소기업들의 상황이야 말할 것도 없다. 매출감소로 기업들의 법인세는 물론이고, 일자리가 없어져 소득세도 줄어들 것이다. 그리되면 정부의 재정적자가 더욱 커져 국민들의 조세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제조업이 바탕이 되지 않은 부동산이나 증시는 기대할 수조차 없다. 금융은 물론이고, 의료·교육·관광 등 서비스업까지 모두 물 건너가는 것이다. 이 같은 제조업체들의 조난신호가 여러 채널을 통해 들리는데, 정치권의 한심스러운 작태는 끝이 없다. 왜 똑똑하고 잘난 정치인들 귀에는 제조업의 아우성이 들리지 않는지 나라 경제가 걱정이다.

 김진<경희대 객원교수/전북생활체육회 부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