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노동법 개정인가?
누구를 위한 노동법 개정인가?
  • 유장희
  • 승인 2014.10.1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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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9년 ILO(국제노동기구)총회에서 1일 노동시간을 8시간으로 규정했고 우리나라는 1953년 근로기준법을 제정하면서 이 근로시간제도를 채택하였으나 1989년 1일 44시간 노동제로 근로시간단축 개정 후 2004. 7. 1. 금융업, 보험업, 공공부문 종사자 및 상시 1,000명이상 사업장부터 1주 40시간으로 적용 시행하여 업종, 규모별 단계적 시행 하면서 2011. 7. 1일부터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을 적용받는 상시 5인 이상 전사업장까지 1일의 근로시간은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게 확대되었다. 단 당사자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는 있다.

 법정 근로시간은 법이 정한 최장근로시간이다.

 근로기준법의 입법 목적은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데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최근 현행 법정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 허용한도를 주 12시간에서 노사가 합의하면 추가로 1년까지는 주당 최대 8시간 특별연장근로시간으로 하여 20시간으로 늘리고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한 휴일근로의 경우 가산수당(50%)만 지급하되 휴일수당(50%)은 지급지 않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여당간사인 권성동 의원이 발의하여 법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 양대 노동단체는 법안 철회를 촉구하는 항의방문 및 집회를 개최하고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역행하고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개악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전면적 대정부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참으로 걱정스럽다. 정국이 바람 잘 날이 없다. 만일 개정안이 발의법안대로 시행된다면 국내 5인이상 사업장의 휴일근로 대상 노동자는 152만 8천명으로 연간 3조억원이 훨씬 넘는 휴일수당 손실임금이 노동자의 주머니에서 사라지게 된다는 추정치를 한국노총이 국내노동 통계(KLI) 자료 등을 근거로 분석하고 있다. 결국, 노동자에게 분노와 절망을 안겨준다는 지적이다.

 세월호 참사로 수개월 동안 온 국민이 숨죽이며 지내다가 10월 국회가 개원되면서 또다시 머리를 아프게 한다. 개인적인 스트레스보다도 위정자들로부터 국민이 스트레스를 받는 형국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하여 입법을 발의하는 것인가? 제대로 사회전반적인 민심을 대변하고자 하는 의식의 발상인지? 노·사 관계, 노동현장을 이해하고 있는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현재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국감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국감에 임하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오랜만에 생동감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특종기사 발굴하는 듯한 구태국감의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국감에 임하는 태도와 열정과 같은 활동을 국민은 임기동안 기대하며 유권자가 심판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국정감사 현장에서 스마트폰을 검색하다 공교롭게 비키니 여성 사진이 떠서 구설에 오른 의원도 있다. 국회의원의 품위 유지를 위해서라도 정확한 스마트폰 사용방법 교육까지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은 OECD 34개 회원국중 2007년까지 부동의 1위를 차지했으나 2004년 7월부터 주 5일 근무제 시행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된 영향으로 2008년에 멕시코가 1위를 탈환한 것으로 보인다. 2013년 멕시코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237시간이며 한국 2,163시간으로 근로시간이 가장 적은 네덜란드 1,380시간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1.6배 수준으로써 OECD연평균 근로시간 1,770시간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노동자는 장시간 근로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위기상황이다. 필자는 30여년간 노·사 관계 업무를 수행하면서 평소 좌우명인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솔직히 쉽지가 않다. 진정 국민을 사랑하고 노동자를 위한다면 우선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그리고 장시간 노동을 용인하는 근로기준법의 특례 및 적용제외조항부터 삭제하고 난 후 노·사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한 진정한 법안을 발의해야 할 것이다.

 노동법 개정 발의 동기를 “장시간 근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함”이라 설파하는 발의의원 주장과 이에 맞선 노동단체는 “노동시간을 연장하고 기업의 비용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왜 같은 내용을 입장에 따라 달리 해석해야 하는지?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현장 노동자들도 상당히 헷갈리고 있다. 노동자들은 최근 통상임금에서부터 노동법 개정에 혼란스러워한다. 국민은 올바른 노동정책을 원하고 있다. 자칫하면 아전인수(我田引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행동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국민의 의혹을 불식시켜야 한다.

 유장희<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전북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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